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10~30년에 한 번만 피우는 꽃… 잎은 용의 혀 닮았대요

입력 : 2022.01.03 03:30

용설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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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죽는 식물이 있습니다. 꽃을 피우기까지 10~30년 걸린다고 해요. 최근 경북 구미와 전북 정읍의 농업기술센터에서 각각 꽃을 피운 '용설란(龍舌蘭·사진)' 이야기랍니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용설란은 품종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달라요. 예컨대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꽃을 피운 용설란은 1~2m 높이의 줄기 끝에 기다란 꽃대가 하나가 달려 있어요. 반면 줄기 양측으로 꽃대 여러 개가 뻗어 있는 용설란도 있어요. 하지만 꽃대에 작은 꽃이 다글다글 붙어 있는 모습은 모든 용설란이 같지요. 용설란이라는 이름은 잎이 용의 혀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어요. 용설란은 위로 뻗었다가 살짝 아래쪽으로 기울어지는 두껍고 길쭉한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잎 모양을 보고 알로에와 비슷한 식물로 착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두 식물은 달라요. 매년 꽃을 피우는 알로에와 달리 용설란은 10~3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죽어요. 알로에 잎은 물컹거리는 젤(gel) 성분으로 가득하지만 용설란 잎은 섬유질이 들어차 있어 질겨요.

멕시코에서 용설란은 주로 술을 만드는 데 쓰여요. 용설란의 달콤한 수액을 이용해 '테킬라' '풀케' '메스칼' 같은 술을 만드는 거예요. 꽃이 맺히거나 꽃대가 자라는 시점에 용설란의 줄기 부분을 잘라냅니다. 그러면 영양분이 꽃으로 가지 못해 밑동이 부풀어 올라요. 이 시기 자른 부위를 헝겊 등으로 덮고 몇 달간 기다려요. 그리고 밑동에 모인 수액을 뽑아내는 거예요. 멕시코에서는 2000년 전부터 용설란 수액으로 만든 술을 마셨대요. 자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기 때문이에요.

최근엔 용설란 술이 고급화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요. 그러면서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와요. 사람들이 수액을 채취한 뒤 용설란을 말려 버리고, 술을 만드는 데 쓰이는 특정 품종만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용설란의 수분(受粉)을 돕는 야생 박쥐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었어요. 용설란도 꽃을 피우기 전 줄기가 잘리니, 씨앗을 만들지 못하고 잘린 부분에서 다시 줄기를 틔우는 방식으로 번식하고 있어요. 그래서 유전적 다양성도 훼손됐죠. 이렇게 되면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박테리아 감염에 면역을 가진 다양한 개체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최근 학자들은 용설란의 유전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어요.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