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동물 사체 먹는 '초원의 청소부'… 가슴의 '붉은 주머니'로 짝 유혹하죠

입력 : 2021.12.29 03:30

아프리카대머리황새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최근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새로 도로를 놓느라 나무들을 뽑아내는 바람에 대머리황새들이 살 집을 잃어버렸다고 해요.

대머리황새<사진>는 이름처럼 황새의 한 종류예요. 이런 이름은 가슴팍과 목덜미, 머리 부분에 깃털이 거의 없는 휑한 모습 때문에 붙었죠. 몸 색깔도 우중충해요.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있는 외모예요. 하지만 대머리황새는 뛰어난 환경 적응력으로 야생동물이 사는 사바나부터 사람이 사는 도시까지 중·남부 아프리카 곳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새랍니다.

대머리황새는 못 먹는 음식이 거의 없어요. 특히 동물 사체를 즐겨 먹어요. 사자 같은 육식 동물이 먹고 남은 사냥감을 처리하는 '초원의 청소부' 역할을 해요. 식사할 때는 동물의 몸뚱어리 깊숙이 머리를 들이밀어야 할 때가 많은데, 이때 병균 등에 오염되지 않기 위해 머리 부분이 민숭민숭한 것이랍니다.

대머리황새는 죽은 짐승만 먹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사냥도 할 줄 알아요. 개구리나 뱀·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하고, 사다새나 홍학 무리를 파고들어 새끼나 알, 심지어 다 큰 새까지 잡아먹기도 해요. 도시에서는 도축장 근처나 음식 쓰레기 매립지 등 먹을거리가 있는 곳을 기막히게 찾아낸대요. 그래서 큰 도시에서도 대머리황새 무리가 나무에 앉아있는 걸 보기가 어렵지 않아요. 이렇게 아프리카 곳곳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대머리황새는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 '라이언 킹'의 첫 장면에도 코끼리·코뿔소·기린 등과 함께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동물로 소개돼요.

대머리황새의 가슴팍에는 피부가 늘어져서 생긴 붉은 주머니가 있어요. 목의 뒷부분에도 비슷하게 작은 주머니가 있고요. 이 주머니는 여러 기능이 있대요. 우선 짝짓기 철에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상대방에게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준대요. 상대방과 영역 다툼을 벌일 때 자신을 당당하게 보이도록 해주기도 하고요. 대머리황새는 사람처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성기관이 없는데 목덜미의 주머니가 소리를 낼 수도 있게 도와준대요.

대머리황새는 더울 때 자기 발 위에다가 대변을 봐서 열을 식힌대요. 대머리황새의 발이 유독 하얗게 보일 때가 있는데 그건 똥이 묻었기 때문이래요.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은 비가 종일 내리는 우기와 비가 오지 않는 건기로 나뉘어요. 대머리황새는 주로 건기에 번식해요. 강이나 웅덩이의 수심이 얕아져서 물고기나 개구리 등을 사냥해 새끼에게 먹이기 좋거든요. 대머리황새는 아프리카에서 사는 무리 말고도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살기도 해요. 몸 색깔과 머리 모양은 같은데, 몸집은 좀 더 크고 목덜미와 등의 주머니는 훨씬 작아요. 
[동물 이야기] 동물 사체 먹는 '초원의 청소부'… 가슴의 '붉은 주머니'로 짝 유혹하죠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