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키워준 할아버지·할머니와의 추억…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을 '두 사람'
나의 두 사람
김달님 지음 l 출판사 어떤책 l 가격 1만3800원
이 책을 쓴 김달님 작가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달님씨의 부모님은 나이가 너무 어렸습니다. 그래서 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달님씨를 키우기로 했어요. 갓난아기 달님씨가 조부모 집에 처음 왔을 때 할머니는 이런 약속을 합니다. "내가 최선을 다해 너를 키울 거야."
이 책은 달님씨가 조부모와 30년간 함께 살며 어른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겨울 아침이면, 할머니는 달님씨의 주머니에 따뜻하게 데운 돌멩이를 넣어 주어요. 행여 손이 시릴까 걱정됐던 거지요. 달님씨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땐 할아버지가 교과서 표지를 달력으로 예쁘게 싸주기도 합니다. 달님씨를 정성으로 지키려는 마음이었지요.
어른이 된 달님씨는 직장에 들어갑니다. 첫 월급을 탄 날, 달님씨의 할머니는 선물로 '여행'을 받고 싶다고 하셨어요. 처음으로 세 사람이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집을 나서는 날 할아버지는 중절모를 쓰고, 할머니는 리본 장식이 달린 보라색 모자를 썼어요. 달님씨도 자신의 옷 중 가장 예쁜 파란색 니트를 입었어요. 달님씨는 평소와 달리 한껏 멋을 낸 세 사람의 모습이 어쩐지 어색하고 촌스러웠대요. 그날 세 사람은 '최선을 다해 잘해 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날을 '좋은 날'로 기억하고 싶었던 거지요.
쉰 살에 부모 역할을 시작한 '늙은 부모님'은 금세 쇠약해지고 병이 듭니다. 할머니는 달님씨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를 옆 방에서 들을 정도로 청각이 예민했어요. 하지만 어느새 바로 옆에서 큰 소리로 말해도 잘 듣지 못하게 되지요. 달님씨를 자전거 뒤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던 씩씩한 할아버지는 암 수술을 세 차례나 받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물컵 하나를 드는 것도 힘겨워하게 됩니다.
달님씨의 가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조손 가정? 이런 명칭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 그저 따뜻한 봄날 같은 세 사람의 마음이 떠오릅니다. 봄이 그러하듯 영원할 수는 없지만,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을 '달님씨의 가정'일 뿐이에요.
이 책은 가정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달님씨의 초등학교 졸업식 날. 할머니는 힘겹게 목발을 짚고 와 달님씨와 사진을 찍습니다. 달님씨는 할머니가 온 것이 좋았지만, 늙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창피하기도 했대요. 기쁘고도 슬펐던 그날의 자신에게 달님씨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가족의 풍경을 가지고 살아. 너 역시 조금 다를 뿐이니 고개 숙이지 않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