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해리포터' 작가의 크리스마스 동화… 잃어버린 장난감 찾아 떠나는 모험

입력 : 2021.12.23 03:30
[재밌다, 이 책] '해리포터' 작가의 크리스마스 동화… 잃어버린 장난감 찾아 떠나는 모험

크리스마스 피그

J.K. 롤링 지음 l 짐 필드 그림
공보경 옮김 l 출판사 문학수첩 l 가격 2만원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주인공 잭에겐 가장 소중한 보물이자 친구가 있어요. 바로 낡은 돼지 인형 '디피'예요. 디피는 젖먹이 때부터 잭과 함께했으니 가족과 다름없어요. 세월이 흘러 원래 분홍이던 몸 색깔은 회색으로 바래고 눈도 떨어져 단추를 달았지만, 디피는 여전히 잭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예요.

그런데 둘에게 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아요. 그것도 하필 크리스마스이브에 말이에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을 사러 가족들과 외출을 했는데, 그만 디피가 달리는 자동차 밖으로 튕겨 나가버린 거예요. 디피를 잃은 잭은 충격과 슬픔에 빠져요.

잭은 디피를 대신할 새 돼지 인형 '크리스마스 피그'를 선물 받아요. 하지만 이건 디피가 아니죠. 잭은 크리스마스 피그를 벽에 던져버려요. 디피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화만 치밀어 올랐어요.

슬픔에 지쳐 막 잠들려는 찰나, 방 안에서 갑자기 낯선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해요. 벌떡 일어나 불을 켜니 크리스마스 피그와 옷장·성냥갑·자동차·휴지통 같은 방 안 물건들이 서로 말을 나누고 있네요. 깜짝 놀란 잭에게 그들은 이유를 알려줘요. 물건들이 1년 중 딱 하루 크리스마스이브에만 말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날은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의 날'이라는 것도 말해주죠.

크리스마스 피그는 잭에게 디피가 어디 있는지 안다며 같이 찾으러 가자고 제안해요. 크리스마스 피그에 따르면 지금 디피는 '분실물 나라'라는 마법의 장소에 있대요. 잠시 망설이던 잭은 결국 디피를 구하겠다는 생각에 그 제안을 받아들여요. 그러자 다시 한번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져요. 순식간에 잭의 몸이 장난감만큼 작아지면서 암흑의 세계로 천천히 떨어지는 거예요. 주위를 돌아보니 개 호루라기, 틀니, 양말 한 짝 같은 온갖 물건들이 함께 떨어지고 있네요. 아마도 주인을 잃고 '분실물 나라'로 가고 있는 물건들인가 봐요. 이렇게 잭의 어마어마한 모험이 시작되죠. 장난감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괴물 '루저'로부터 친구 디피를 구해내기 위해 잭과 크리스마스 피그는 새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말하는 도시락통과 용감한 나침반, 그리고 희망이라는 이름의 날개 달린 존재. 과연 잭은 디피와 함께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요?

'크리스마스 피그'는 J. K. 롤링이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어린이를 위해 쓴 첫 소설이라고 해요. 찰스 디킨스의 1843년 작품 '크리스마스 캐럴'에는 19세기 영국의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이 생생하게 묘사돼있어요. 롤링의 2021년 작 '크리스마스 피그'에는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지금 아이들을 보듬어 주고픈 작가의 마음이 들어 있어요. 두 영국 작가의 이야기를 함께 읽으면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크리스마스 정신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가족을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따뜻한 마음 말이에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