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개성 강한 네 자매가 펼치는 이야기… '해리포터' 작가 롤링도 영향받았죠

입력 : 2021.12.21 03:30

작은 아씨들

1868년 출간된 ‘작은 아씨들’의 삽화. /위키피디아
1868년 출간된 ‘작은 아씨들’의 삽화. /위키피디아

"늙어서 관절이 굳을 때까지,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날까지 계속 뛸 거야. 나를 철들게 하려고 재촉하지는 마, 언니.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잖아. 나는 최대한 오래 아이로 살고 싶어."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작은 아씨들' 뮤지컬 공연이 열렸어요.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1832~1888)의 소설 '작은 아씨들'은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 주 배경으로 등장해 특히 이맘때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작은아씨들'은 1868년 출간 후 150년 넘도록 5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됐고, 영화·뮤지컬·연극 등으로 수차례 만들어지며 전 세계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이에요.

'작은 아씨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소설에 등장하는 네 자매의 개성 강한 캐릭터 덕분이에요. 이는 후대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줬어요.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 '제2의 성'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저지대'를 쓴 줌파 라히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마치 집안의 네 자매 메그·조·베스·에이미는 종종 다투기도 하지만 의좋은 자매예요. 메그는 다소 허영심이 있지만 여성스럽고 첫째로서 의무감도 갖고 있어요. 둘째 조는 작가가 꿈인 모험심 많은 숙녀였어요. 조가 작은 아씨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어요. 몸이 약한 셋째 베스는 피아노를 사랑하는데 수줍음이 많았고 넷째 에이미는 "화가가 못 될 바엔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외치는 당찬 소녀였어요. 네 자매는 아버지 마치 목사가 남북전쟁 때문에 고생하는 젊은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선에 나가 있는 동안 때론 아옹다옹하고 때론 서로를 보듬으며 가난한 시절을 잘 견뎌냈어요.

만화나 동화로 각색된 이야기에는 각자 꿈을 꾸는 천진난만한 네 자매의 모습이 부각되지만, 소설에는 그들이 왜 각자 뚜렷한 성향을 갖게 됐는지 잘 드러나요. 예컨대 첫째 메그는 현모양처가 꿈인데 거기엔 19세기 중반 사회상이 반영돼 있죠. 메그가 결혼은 안중에도 없는 조에게 이렇게 말해요. "돈을 벌려면 남자들은 일을 해야 하고 여자들은 돈 많은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해. 정말 지독하게 불공평한 세상이야." 이에 조는 "난 세상의 모욕과 야유를 즐기면서 내 뜻대로 신나게 살 거니까"라고 대답하죠. 평론가들은 조의 이런 말과 행동에서 당시 남녀 구분이 뚜렷한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평가합니다.

네 자매 중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베스예요. 메그는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조는 신문과 잡지에 글을 발표하며 꿈을 찾아갔어요. 또 에이미는 고모와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나죠. 그런데 베스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아요. 하지만 베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들에게 감사와 축복의 말을 건네지요. 작가는 남북전쟁 때 자원입대해 간호병으로 근무했는데, 그때 안타까운 죽음을 숱하게 목격한 경험을 베스 이야기에 담은 것 같아요.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