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3000년 전부터 재배… 씨앗 감싼 보송보송한 솜으로 이불 만들죠
입력 : 2021.12.20 03:30
목화
- ▲ ①수확을 기다리는 목화솜. ②189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목화솜을 수확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인도·페루 등이 원산지인 목화는 약 3000년 전부터 인류에게 중요한 식물이었어요.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목화는 여름에 하얀색 꽃을 피우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열매가 터져요. 그 속에서 하얀 솜이 나옵니다.
식물 섬유는 보통 줄기에서 얻어요. 줄기를 자르고, 다듬고, 쪄서 섬유로 가공하죠. 그런데 목화는 씨앗을 감싸는 보송보송한 솜이 있어서 그걸 섬유로 써요. 목화 열매가 다 익으면 안쪽 털을 수확하지요.
목화가 본래 이렇게 풍성한 솜을 가진 식물은 아니었다고 해요. 처음엔 민들레 씨앗처럼 털이 붙어 있는 모양이었는데, 점차 지금같이 빽빽한 솜털을 갖게 진화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어요.
목화솜은 산업혁명을 촉진하는 역할도 했어요. 고대 이후 인도는 목화솜의 재배·생산·가공 산업으로 유명했어요. 17세기 무렵 영국이 인도와 무역을 시작하면서 가볍고 따듯한 목화솜으로 만든 옷이 유럽으로 전해지며 큰 인기를 얻었죠. 이 시기 영국인들은 목화솜을 효율적으로 가공하기 위해 섬유에서 실을 뽑아내는 '방적기'와 실로 직물을 짜는 '플라잉 셔틀'(방직기)을 발명했어요. 또 증기기관을 발전시켜 목화솜 만드는 과정을 모두 기계화했죠.
목화솜과 관련한 안타까운 역사도 있습니다. 목화솜이 인기를 끌자 미국에서도 목화 재배가 시작됐는데,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노예로 동원됐어요. 키가 1m 정도로 자라는 목화를 수확하려면 하루 종일 허리를 굽혀 일해야 했죠. 목화 농장에서 일하는 아프리카인들은 무척 고된 삶을 살았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선 고려 시대 이전에도 목화 재배를 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생산한 것은 14세기 문익점이 중국 원나라에서 목화 씨앗을 들여온 고려 말부터였어요. 주로 전라도와 경상도 같은 따뜻한 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재배됐습니다. 목화솜으로 솜이불과 면옷 등을 많이 만들면서 생산량도 크게 늘었지요.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해외에서 가볍고 가공이 쉬운 섬유들이 개발되면서 다시 생산량이 줄어 지금은 제주도나 순창·함양 등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있어요.
최새미·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