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아빠를 잃고 슬픔에 잠긴 동생… 누나는 어떻게 위로했을까요

입력 : 2021.12.16 03:30
[재밌다, 이 책!] 아빠를 잃고 슬픔에 잠긴 동생… 누나는 어떻게 위로했을까요

아빠를 빌려줘

허정윤 글 l 조원희 그림 l 출판사 한솔수북 l 가격 1만4000원

'아빠가 돌아가셨다./아빠 없는 아이가 되었다./나에게도 동생에게도 아빠는 없다.'

그림책 '아빠를 빌려줘'는 이렇게 슬픈 문장으로 시작해요. 표지에는 동생을 목말 태운 아빠의 모습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데, 책을 펼치면 아주 작아진 남매만 우두커니 서 있네요. 이 이야기는 작가가 자기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고 해요.

아빠를 잃고 슬픔을 가눌 길이 없는 것은 똑같지만 누나는 자신보다 더 어린 나이에 아빠를 잃은 동생이 걱정이네요. 동생은 무더운 한여름에 두꺼운 겨울 바지를 입으려 해요. 지난겨울 아빠가 직접 골라준 바지예요. 그렇게라도 아빠를 잊지 않으려 하는 동생의 마음이 애처롭습니다.

아빠와 동생은 야구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이제 야구공과 글러브·배트는 상자 속에서 먼지만 쌓여갑니다. 누나는 아빠 대신 동생과 야구 놀이를 해주려 하지만 동생은 싫다고 해요. 글러브를 주거니 받거니 실랑이하다 동생 얼굴을 할퀴어요. 둘 다 기분만 상해버렸네요.

누나는 동생 방에서 나와 터덜터덜 친구 집으로 향합니다. "아빠를 빌려줘." 누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요. 누나의 힘든 표정을 본 친구는 자기가 아빠 역할을 해주겠다고 선뜻 나서요. 누나는 또 다른 친구와 동생 친구에게도 찾아가 아빠를 빌려 달라고 부탁해요. 이렇게 해서 누나는 4명의 아빠를 데리고 옵니다. 미니카 마스터 아빠, 팽이 돌리기 선수 아빠, 보드게임 챔피언 아빠, 블록 조립의 천재 아빠. 빌려온 이 어린 아빠들이 동생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후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생생하게 보여줘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가족을 잃는 것이겠죠. 더구나 한창 사랑받아야 할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한 슬픔 이상일 거예요. 이런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 상실의 기억은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다면 어른이 된 후에도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어요.

'아빠를 빌려줘'에서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려는 누나의 마음은 동생에게 큰 위로가 될 거예요. 그리고 자기 노력과 친구 도움을 통해 조금씩 슬픔을 극복하는 동생을 지켜보는 건 누나에게도 분명히 큰 위로가 됐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어요. 아주 깊은 슬픔이 닥쳐올 때도 있지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그 슬픔 속에 갇히지 말고 이겨내야 해요. 바로 그럴 때 가족이나 친구들이 마음 모아 위로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이 책은 이야기해 줍니다. 실제 이 책의 작가가 어릴 때 기꺼이 동생에게 아빠 역할을 해줬던 친구들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작가와 동생 곁을 지켜주는 가장 정다운 친구들이라고 해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