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19세기에 첫 등장… 남자들은 안 차고, 귀부인들이 '팔찌'처럼 착용했대요

입력 : 2021.12.14 03:30

손목시계

/파텍필립 홈페이지
/파텍필립 홈페이지
얼마 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찬 손목시계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어요. 이 시계는 과거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즐겨 찼고,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에게 사살당하기 전 차고 있던 시계로 알려져 있어요. 가격도 싸고 실용적이라 우리나라에선 남성들이 입대할 때 많이 산대요. 휴대전화로 시간을 볼 수 있는 요즘에도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손목시계에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요?

휴대용 시계는 15세기에 등장했어요. 금속 태엽을 발명하면서 시계를 작게 만들어도 동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거죠. 초창기 휴대용 시계는 줄이 달린 '회중시계'였어요. 최초 회중시계는 1510년 독일 뉘른베르크의 시계 장인 페터 헨라인이 발명했대요. 이 시계는 크기나 모양이 계란과 비슷해서 '뉘른베르크의 계란'이라고 했어요.

손목시계는 19세기에 등장한 것으로 전해져요. '최초 손목시계'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어요.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807년 나폴레옹 1세의 아내였던 조제핀 보나파르트가 착용한 손목시계예요. 그리고 1812년 나폴레옹의 여동생이자 나폴리의 여왕인 카롤린 뮈라가 착용한 손목시계, 1868년 파텍 필립사(社)가 헝가리의 한 백작 부인에게 제작해준 손목시계<사진>도 초창기 손목시계로 꼽힙니다.

이렇듯 초창기 손목시계는 귀부인들이 찼어요. 당시 손목시계는 시계보다 팔찌로 인식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손목시계는 여성들이 차고, 남성들은 대체로 회중시계를 들고 다녔대요. "손목시계를 차느니 차라리 치마를 입겠다"고 한 남성들도 있었다고 해요.

19세기 후반부터 남성들도 손목시계를 차기 시작했는데, 계기는 자전거와 자동차의 대중화였어요. 자동차를 운전할 때 품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내는 건 번거롭고 위험한 일이었죠.

이후 손목시계가 남성들 사이에서 대중화된 건 1·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어요. 세계대전에선 참호를 파고 숨어서 적에게 총을 쏘는 참호전이 주로 이뤄졌어요. 그래서 적진으로 돌격하려면 대규모 포격으로 참호에 숨어 있는 적을 제거해야 했죠. 그래서 포격의 시작과 끝,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시각을 정확히 알아야 했기 때문에 휴대용 시계가 중요해졌어요. 또 전쟁 통엔 회중시계보다는 손목시계가 여러모로 훨씬 효율적이었고요. 당시 고가품인 손목시계는 노획 물품이기도 했어요. 2차 세계대전 중 소련군이 독일 베를린을 점령한 후 공산당 깃발을 내거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대요. 그런데 깃발을 걸던 장병이 양쪽 손목에 모두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어요. 소련군이 약탈했다는 걸 보여주기 싫었던 상부는 사진에서 손목시계 하나를 지웠다고 합니다.

이후 기술 발달로 전자식 시계가 개발되고 대량생산되면서 손목시계 가격도 크게 저렴해졌지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