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20세기 초 격동의 러시아 역사 다뤄 혁명에 비판적이라며 출간 금지 됐죠
입력 : 2021.12.14 03:30
닥터 지바고
- ▲ ‘닥터 지바고’표지. /위키피디아
1957년 출간된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의 소설 '닥터 지바고'는 겨울이면 떠오르는 작품이에요. 아마도 소설을 원작으로 1965년 만든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펼쳐진 설원(雪原) 풍광이 유명하기 때문일 거예요.
시인으로 유명한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소설인 이 작품은 러시아 혁명에 대한 비판적 내용 때문에 당시 소련에선 출간이 금지됐어요. 이후 해외에서 출판되어 그는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됐지만 소련 정부의 압력 등으로 수상을 거부했지요. 그는 2년 후 사망했고 1989년 그의 아들이 대리 수상했어요. "동시대 서정시와 러시아 서사 문학의 위대한 전통 계승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소년 유리 안드레예비치 지바고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대학교수인 알렉산드르 그로메코의 도움을 받아 성장해요. 의사가 된 지바고는 자연스럽게 그로메코의 딸 토냐와 결혼하게 돼요. 평온한 삶을 사는 듯 보였지만 지바고의 내면은 러시아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삶에 대한 성찰로 들끓었죠. 어느 날 한 파티에서 '라라'라는 여인 라리사 표도로브나 기샤르를 만나요.
곧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지바고는 군의관, 라라는 간호사로 참전해요. 두 사람은 한 야전병원에서 재회한 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요. 러시아에서 혁명 기운이 고조되자 지바고는 우랄산맥의 시골 마을 바리키노로 떠나요. 러시아의 미래가 암울해 보였기 때문이죠. 그러다 지바고는 인근 도시의 도서관에 갔는데 거기서 또 라라를 만납니다. 둘의 사랑은 깊어졌지만 다시 지바고가 러시아 혁명을 반대하는 저항군의 포로가 되고 말아요. 몇 번 시도 끝에 탈출에 성공한 지바고는 모스크바까지 고된 길을 걸으면서 혁명이 낳은 내전의 참상을 목격하죠.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 지바고는 이미 쇠약해졌고, 끝내 전차역에서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나요. 라라는 지바고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행방불명됐어요.
'닥터 지바고'는 영화와 뮤지컬 등에선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 이야기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1905년 1차 혁명과 1917년 10월 혁명, 그리고 이후까지 격동의 러시아 역사와 수많은 사람의 고난과 역경을 그려낸 작품이에요. "위대한 러시아 소설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