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각막은 개발 성공… 간·폐·심장도 연구중이에요

입력 : 2021.12.14 03:30

인공장기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특허청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이 지난 1일 코엑스에서 열렸어요. 올해 출원한 특허 중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바로 '생체적합성이 우수한 인공 각막'이었어요.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 각막은 실제 각막과 결합해 사용해야 했고 부작용 문제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각막은 실제 각막 없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고 콘택트렌즈 재료로 만들어 염증 같은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인공 각막'처럼 인공으로 우리 신체 일부를 만든 것을 '인공장기'라고 해요. 우리는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남에게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기증받아 수술해요. 그런데 장기 이식은 매우 오래 기다려야 해요. 현재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4만3182명(작년 연말 기준)이나 된다고 해요. 신장이 약 40% 정도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간·조혈모세포·안구·췌장·심장 등 순서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대기 시간이 가장 긴 것은 안구(각막 포함)로, 평균 8년 1개월을 기다려야 기증받을 수 있다고 해요. 각막은 사후에만 기증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개발된 '인공 각막'이 상용화되면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과학자들은 인공 장기를 개발하려 꾸준히 노력해왔어요. 최근 개발된 인공장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환자 세포 활용해 만드는 인공장기

장기 이식은 오래 기다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식이 결정돼도 문제가 있어요. 우리 몸은 외부에서 물질이 들어오면 방어 작용을 하는데 이걸 '면역'이라고 하죠. 이식할 장기도 외부 물질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어요. 남의 장기 중에서도 내게 잘 맞는 장기가 필요한 것이지요. 인간 몸을 대신하는 인공 심장 등 각종 기계 장치도 개발됐지만, 이 역시 면역 거부 반응 문제가 있지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환자 본인의 세포를 이용해 인공장기를 만드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자기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증자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면역 거부 반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이렇게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 만든 맞춤형 장기를 '세포 기반 인공장기'라고 불러요.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

세포 기반 인공 장기의 대표적인 것은 '오가노이드(organoid)'예요. 오가노이드는 우리 몸의 줄기세포를 입체적으로 배양해 실제 장기보다 단순한 형태로 만든 '장기유사체'예요. '미니 장기'라고 부르기도 해요. 장기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했더니 점차 세포 수가 늘어나면서 3차원 모양의 뇌나 간 같은 장기와 비슷한 형태가 된 거예요.

2009년 네덜란드 후브레히트 연구소의 한스 클레버 박사가 생쥐 직장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내장 오가노이드'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영국에서는 사람의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오가노이드 뇌'를 만들었어요. 현재까지 심장·간·신장·위·췌장·갑상샘 등 다양한 오가노이드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현재의 오가노이드는 당장 사람 몸에 이식할 정도로 발전하진 않았어요. 지금은 신약 개발에 쓰이고 있어요. 보통 신약을 개발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하기 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죠. 하지만 동물에게 문제가 없다고 해서 인간에게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고, 동물을 희생시킨다는 윤리적 문제도 있어요. 사람 장기와 비슷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서 실험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오가노이드에 약을 투여해 보거나 박테리아에 감염시켜 보기도 하면서 반응을 보는 거죠. 지금까지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매우 작아요. 뇌 오가노이드는 완두콩 크기이고 심장 오가노이드는 0.5㎜밖에 안 되는 것도 있대요.

세포들 조립해 만든 '어셈블로이드'

최근엔 오가노이드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기도 했어요. 사람의 장기는 여러 종류의 세포가 복잡한 층 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오가노이드는 이와 달리 단순하다는 한계가 있었어요. 오가노이드는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실제 사람의 장기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메커니즘들을 보기엔 부족했지요.

작년 12월 포스텍 신근유 교수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한 '어셈블로이드'를 만들어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어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방광은 보통 서로 다른 3개의 세포층으로 되어 있어요. 연구팀은 생쥐와 인간의 방광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여기에 별도로 방광의 다른 세포들을 키워 합쳤어요. 결과적으로 진짜 방광처럼 3개의 세포층으로 된 방광 유사체를 만들었죠. 이 기술은 장기의 부분들을 따로 만들어서 조립(assemble)했다는 뜻에서 '어셈블로이드(assembloid)'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현재 개발된 '오가노이드'나 '어셈블로이드'는 사람 몸에 이식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장기를 대체할 수준으로 개발될 수 있을 거예요.


[테세우스의 배]

인공장기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러 윤리적 문제도 제기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장기가 실제 장기를 대체하면 기존 인간의 정체성이 유지되느냐 하는 문제예요. 예컨대, '뇌 오가노이드'를 환자에게 이식하면 그 환자는 누구일까요? 자기 세포를 배양해 뇌를 만들었으니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뇌가 바뀌었으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일부에선 이런 논란이 그리스신화의 '테세우스의 배'와 비슷하다고도 해요. 아테네 왕의 아들 테세우스는 크레타섬으로 가서 정적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영웅이에요. 사람들은 그가 귀환할 때 타고 온 배를 오래 보존해왔는데, 판자가 썩어 새 판자로 계속 교체했더니 나중엔 원래 부품은 하나도 남지 않았죠. 그래도 이 배를 테세우스의 배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원래 모습이 남지 않았으니 그런 이름으로 부르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섰어요.

안주현 중동고 과학교사 기획·구성=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