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사랑하는 사람들 대화의 공통점은 위로하고 격려하고 기운 북돋는 것

입력 : 2021.12.13 03:30
[재밌다, 이 책!] 사랑하는 사람들 대화의 공통점은 위로하고 격려하고 기운 북돋는 것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

탁경은 지음 l 출판사 사계절 l 가격 1만1000원

살아가다 보면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사랑도 그중 하나겠지요. 자신이 언제 누구와 사랑에 빠지게 될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어떤 존재로 변모하게 될까요. 탁경은 작가의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은 이런 궁금함에 답을 주는 책입니다. 친구, 부모님, 그 누구를 향한 마음이든 사랑은 위대한 공통점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서현이는 고1 여학생이에요. 소논문을 쓰는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범죄의 원인이 유전자일까, 성장 환경일까'라는 주제를 정하고 자료 조사를 위해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현수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현수는 방화 살인을 저지르고 소년원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주위 형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그들이 시키는 대로 빈집에 불을 질렀는데, 형들의 말과 달리 집에 사람이 있었어요. 현수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고 끝없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서현이의 편지를 달가워하지 않다가 차츰 마음을 열게 됩니다.

서현이는 동아리에서 웃음이 맑고 말씨가 다정한 동주를 만났어요. 동주는 서현이에게 다가오고 둘은 서로 좋아하게 됩니다. 한편 서현이의 부모님은 딸이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데, 서현이는 피만 봐도 공포를 느껴요. 착한 딸이 돼야 한다는 강박에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어느 날 "제 인생의 선택은 제가 하겠어요"하고 선언을 합니다. 부모님은 충격을 받지만 서현이는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것에 큰 용기를 낸 것이지요. 동주는 이런 서현이를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현수는 서현이에게 쓰는 편지에서 자신이 자라온 가정 환경과 요리사가 되고 싶은 꿈을 이야기합니다. 둘은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꿈을 응원합니다. 현수가 살아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은 서현이가 유일했습니다. 죄책감에 빠져 지내던 현수는 서현이 덕분에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설 인물들의 관계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말'입니다. 서현이와 동주, 서현이와 현수 사이에는 강하고 멋진 말이 아니라 '약한 사람이 되어도 괜찮다. 연약한 마음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 오갑니다. 이들은 약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기댄 채 서로를 살리는 말을 한 숟가락씩 떠먹여 줬던 거지요. 그 말들이 소년과 소녀의 마음에 따뜻한 기운을 돌게 했습니다. 이제 모든 사랑의 위대한 공통점을 발견했나요? 그것은 서로를 살리는 말을 건네는 것이지요.

서현숙·'소년을 읽다' 저자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