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인간은 사라지고 지구에 남은 로봇들… '나는 누굴까' 알기 위해 여행 떠나요

입력 : 2021.12.09 03:30
[재밌다, 이 책!] 인간은 사라지고 지구에 남은 로봇들… '나는 누굴까' 알기 위해 여행 떠나요

빨간 아이, 봇

윤해연 지음 l 출판사 허블 l 가격 1만2000원

SF 동화 '빨간 아이, 봇'의 주인공은 인공지능 로봇들이에요. 인간은 전멸한 세상에서 로봇들만 살아갑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사람들은 편리함을 추구했어요. 지구의 모든 데이터를 거대한 알고리즘인 '아미로달로'에 모아놓고 인공지능으로 모든 것을 관리했죠. 기후까지도요. 이 시스템은 너무나 편리했지만, 한번 문제가 생기면 지구가 갑자기 너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미로달로'가 전원을 끄듯 아주 간단하게 지구의 모든 생명이 사라지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로봇들만 남았죠. 하지만 로봇들도 멀쩡하진 않았어요. 다들 정보가 지워졌고, 몸이 부서지기도 했어요. 청소나 돌봄·방어 같은 특정 기능에 특화된 몸을 보면 대략 어떤 일을 했는지 짐작할 순 있었지만 기억은 하나도 없어요.

로봇들은 마치 사람처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그 길에서 네 로봇이 서로 만났어요.

로봇들은 각자 사연을 갖고 있어요. '나이스'라는 로봇은 공장 바닥에 부품으로 나뒹굴고 있었어요. 다른 로봇 '피스'가 나이스의 부품을 모아 수리하는 로봇에 가져가 오랜 노력 끝에 다시 움직이게 만들어요.

함께 길을 가던 나이스와 피스는 다른 친구 '드림'을 만났어요. 양팔이 없는 드림은 "난 돌봐야 해, 돌봐야 한다고"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제자리를 끝없이 맴돌고 있었어요. 나이스와 피스는 뭔가 돌볼 것을 찾아 드림의 목에 걸어줬는데 그제야 드림은 맴돌기와 중얼거리기를 멈춥니다. 마지막 주인공 이름은 '팬스'예요. 그런데 얘도 무척 처참한 모습이네요. 머리를 보따리처럼 손에 들고 나타났어요. 로봇 친구들은 팬스의 머리와 몸통을 하나씩 나눠 들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요? 이들은 지구를 멸망시킨 '아미로달로'를 향해 가고 있어요. 아미로달로가 지구를 멸망시킬 때 버그가 발생했는데, 그것을 고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있어요. 마지막 인류인 '빨간 아이'예요. 주인공 로봇들은 빨간 아이를 만나면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빨간 아이는 어쩌면 지구를 아름다웠던 과거로 되돌릴 수 있을지 몰라요.

로봇 친구들은 과연 빨간 아이를 만나게 될까요? 대단한 기능도 없고 심지어 형편없이 망가졌던 이 로봇들은 외모도 기능도 모두 달라요. 하지만 이들은 그래서 서로의 힘을 모아서 절망적인 상황을 하나하나 해결해요. 과연 이 고단한 여정의 끝에서 주인공들은 무엇을 얻게 될까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