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 만들 때 방부제 재료로 썼대요

입력 : 2021.12.07 03:30

아스팔트

‘그리스의 불’을 사용하는 비잔티움 사람들을 그린 12세기 그림. /위키피디아
‘그리스의 불’을 사용하는 비잔티움 사람들을 그린 12세기 그림. /위키피디아
최근 폐기물 처리 업자들이 헌 아스팔트를 불법으로 되팔아 부당한 이익을 챙긴 사례가 보도됐어요. 지방자치단체에서 폐기물 처리 비용을 받아놓고서는 아스팔트를 처리하지 않고 주차장 업자 등에게 되판 거죠. 업자들은 새 아스팔트는 비싸니까 헌 아스팔트를 사서 바닥에 깔려는 거라고 합니다.

지금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대부분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어요. 아스팔트는 석유를 증류했을 때 나오는 부산물이에요. 이걸 녹여서 도로에 깔아 포장하는 거지요. 아스팔트는 마치 최근 발명품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론 인류 문명이 시작됐을 때부터 있던 물질이랍니다.

옛날엔 자연적으로 생성된 아스팔트를 썼어요. 석유가 지표면에 새 나와 웅덩이를 이루면 휘발성 물질은 증발하고 고체 물질이 남는데 이게 '역청(瀝靑)'이라고 한 천연 아스팔트예요. 역청은 인류 최초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벽돌을 붙이거나 건물을 짓기 전 지반을 평평하게 하는 일 등에 사용됐어요. 또 이집트 문명에선 시신을 미라로 만들 때 역청·송진·소금·향료 등을 섞어서 방부제를 만들어 썼대요.

성경 창세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도 배를 방수 처리하는 데 역청을 발랐다는 기록이 나와요. 또 북유럽의 바이킹도 배를 방수 처리할 때 역청을 사용했다고 전해져요.

아스팔트는 무기에도 사용됐어요. 4세기 말부터 1000년 가까이 존속됐던 비잔티움 제국에는 화염 방사기 같은 '그리스의 불'이란 무기가 있었어요. 여기에 물을 끼얹으면 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불길이 거세졌대요. 이 무기 제조법은 기록으로 남진 않았지만, 학자들은 역청을 연료로 사용한 게 아닐까 추정해요. 또 중국 송나라 때 '맹화유궤(猛火油櫃)'라는 무기도 역청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맹화유궤는 '불이 맹렬히 붙는 기름을 담은 상자'라는 뜻이죠.

지금처럼 아스팔트를 도로 포장에 사용한 건 자동차가 발명된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예요. 1712년 스위스 의사 다이리니스 박사가 천연 아스팔트가 바위에 스며든 '록(rock) 아스팔트'를 발견했죠. 록 아스팔트는 채굴해서 녹여 도로를 포장하는 데 썼어요. 처음 록 아스팔트가 대량으로 도로 포장에 사용된 곳은 1845년 프랑스 파리라고 합니다.

이후 벨기에 출신 화학자 에드워드 드 스메트는 아스팔트에 모래·자갈 등을 섞어서 인위적으로 만든 '아스팔트 콘크리트'를 개발했어요. 이 아스팔트는 1870년 미국 뉴저지 한 도로에 처음 쓰인 이래 지금도 세계적으로 도로 포장에 쓰이고 있어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