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한국산 나무… 20m까지 자라요

입력 : 2021.12.06 03:30

구상나무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
12월이 되자 여기저기에 환하게 불을 밝힌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여요. 가정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문화는 16세기 독일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일설에는 크리스마스트리에 처음 촛불을 밝힌 것이 독일의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나무가 우리나라 자생종 '구상나무<사진 오른쪽>'라는 사실 알고 있나요? 약 100년 전 영국인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이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채집하고 하버드대 식물연구소에 보고하면서 세계에 구상나무를 처음 알렸어요. 그 결과 구상나무 학명(Abies koreana)에도 우리나라 영문명(Korea)이 들어가죠. 이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품종의 구상나무가 개량됐어요. 지금도 유럽 등지에선 '한국 전나무(Korean fir)'라고 불려요.

구상나무는 삼각형 모양에 키도 적당하고, 또 뾰족한 잎은 앞면은 초록색이고 뒷면은 은백색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무거운 장식을 매달아도 떨어지지 않아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적격이죠. 또 향기도 좋고 하늘로 향하는 방울<사진 왼쪽>도 귀엽고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서도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해발 700m 이상 고지대에서만 살아요. 보통 키는 20m 정도까지 자라고, 옆으로 가지를 넓게 뻗어서 폭이 7~8m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예요. 그중에서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바람이 거센 해발 1300m 이상 지대에 살기 때문에 키가 다른 지역 구상나무보다 작고 가지도 촘촘하게 붙어 있어요. 제주도에 온 유럽 관광객 중엔 일부러 구상나무를 보기 위해 한라산에 오르는 사람도 있대요.

이렇게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사랑받고 있는 구상나무가 정작 우리나라에선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입니다. 한라산에는 과거에 비해 구상나무 개체수가 40%가량 줄었대요. 지리산 반야봉 구상나무 군락지는 특히 피해가 심해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요.

구상나무 멸종 위기와 관련해선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에요. 기존에는 기후변화가 고지대 기온 상승, 건조 현상 등을 일으켜 구상나무가 멸종 위기에 이르렀다는 설명이 이어졌어요. 그런데 최근엔 오히려 기온보다 습도가 문제라는 분석이 나왔어요. 고지대의 강수량이 최근 100년간 증가했기 때문에 구상나무 고사율이 높았다는 것이죠. 강수량이 적었던 2016~2017년에는 고사율이 낮았다고 합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