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중병 걸려 방사성 치료 받은 주인공… 가족 보호하려 멀리 여행 떠나죠

입력 : 2021.11.29 03:30

2미터 그리고 48시간

[재밌다, 이 책!] 중병 걸려 방사성 치료 받은 주인공… 가족 보호하려 멀리 여행 떠나죠
유은실 지음 l 출판사 낮은산 l 가격 1만1000원

열여덟 살 정음이는 4년째 아픈 몸으로 살고 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그레이브스병' 진단을 받았거든요.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샘 항진증'으로 몸의 면역 시스템이 갑상샘을 외부에서 침입한 존재로 착각해서 자기 몸을 공격하는 병이라고 해요.

정음이는 이 병 때문에 눈이 튀어나오고 체중이 10㎏이나 늘었어요. 가만히 누워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찹니다. 늘 피곤한 채로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야 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지요.

정음이 부모님은 이혼 후 엄마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야간 조로 일하느라 힘들고, 아빠는 신용 불량자로 직업 없이 살아갑니다. 근심 많은 가정 형편에 자신은 환자가 됐으니 정음이 마음이 무겁습니다. 더구나 체중 관리를 하라고 충고하는 친구, 아파도 웃어야 주위 사람이 힘들지 않다고 조언하는 친구, 튀어나온 눈을 놀리는 친구 때문에 마음은 엉망이지요.

정음이는 4년 동안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병이 재발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갑상샘 조직을 파괴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권합니다. 이 치료는 주의를 요해요.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한 후 48시간 동안은 타인과 2m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세면대나 변기를 사용한 후에도 여러 번 닦아야 하지요. 타인을 소량이나마 피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정음이는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한 후 가출을 결심합니다. 13평 임대 아파트에 사는 정음이가 가족과 2m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가출 목적지는 마침 비어 있는 할머니 집입니다.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한 정음이가 할머니 집에 도착하기까지 눈물겨운 모험이 펼쳐집니다. 정음이는 누구도 피폭시키지 않으려고 버스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느라 자리를 몇 번씩 옮기고, 건물 화장실을 이용한 후에는 청소 아르바이트생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화장실 대청소를 하고 건물을 나섭니다. 심지어 새와 벌레가 피폭되지 않도록 땀을 흘리며 뛰어가기까지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은 바로 정음이가 세상 어떤 존재와도 2m 거리를 두어야 하는 48시간에서 따왔어요. 그 시간 정음이는 외롭고 두렵습니다. 자신이 숨 쉬는 것만으로도 주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그때 다행히 정음이를 마음으로 안아 준 이들이 있었습니다. 교실 옆자리 짝꿍과 부모님이었어요.

이 소설을 쓴 유은실 작가가 실제 20년째 그레이브스병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해요. 작가는 정음이를 통해 '가장 멀리 여행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남들이 자주 앓지 않는 질병을 경험하는 것을 멀리 여행하는 것에 비유한 거예요. 아픈 사람에게 동정이나 조언 대신 함께 있어 주고 마음으로 꽉 안아주면 어떨까요.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