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이번 주 금요일은 '소비하지 않는 날'… 환경과 관련된 기념일 51개 소개했죠

입력 : 2021.11.25 03:30
[재밌다, 이 책!] 이번 주 금요일은 '소비하지 않는 날'… 환경과 관련된 기념일 51개 소개했죠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환경 수업


최원형 지음 l 출판사 블랙피쉬 l 가격 1만5000원

'반려 해변'이라는 말 들어봤나요? 개인이나 기업이 특정 해변을 선택해 책임감을 갖고 해변 쓰레기를 치우거나 경관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걸 '반려 해변' 제도라고 한대요.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제주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제주·인천·충남·경남 등에서 이 사업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해안선 길이는 총 1만4963㎞나 됩니다. 지구 전체 둘레가 4만74㎞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 해안선이 얼마나 긴지 실감할 수 있어요. 이는 우리나라에 '반려 해변'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 기발한 프로젝트는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됐어요. 그리고 그해 한 민간 단체가 이 제도를 기념하고 지속하고자 9월 셋째 주 토요일을 '국제 연안 정화의 날'로 정했는데, 이후 유엔환경계획이 후원하는 범세계적인 해양 환경 운동 기념일이 됐어요.

달력 속에는 수많은 기념일이 들어 있어요. 붉은 글씨로 표시되고 휴일로 지정된 대표적인 기념일들도 있지만, 표시되지 않은 날도 많지요. 이 책은 환경과 관련된 기념일 51개를 소개해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식목일'(4월 5일)이나, '지구의 날'(4월 22일)은 물론 포함되고요, '종이 안 쓰는 날'(4월 4일), '음식물 쓰레기의 날'(9월 29일), '세계 지렁이의 날'(10월 21일)처럼 '이런 날도 있었구나' 싶은 생소한 기념일도 등장합니다.

책은 이런 기념일들을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취지로 만들었는지 설명해줘요. 읽다 보면 세상엔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고,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게 됩니다.

이제 곧 다가오는 11월 넷째 주 금요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에요. 1992년 캐나다의 광고기획자 테드 데이브가 만든 날이라고 해요. 그런데 같은 날을 미국에선 '블랙프라이데이'라고도 불러요.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쇼핑 시즌이 시작되는 날이지요. 미국 소매업 연간 매출의 약 20%가 이 시즌에 달성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쇼핑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어요. 테드 데이브는 자기가 만든 광고가 사람들의 과소비를 조장하고 환경 문제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라는 기념일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굳이 1년 중 가장 많은 소비가 일어나는 날을 선택했으니, 광고인다운 발상이네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기념일은 우리가 그런 날이 만들어진 취지를 생각하게 해줘요. 환경에 관한 기념일이 책 한 권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다는 건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환경 문제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