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등에 혹 없는 남미 낙타들… 위협 느끼면 냄새나는 침 뱉어요

입력 : 2021.11.24 03:30

과나코·라마·알파카·비쿠냐

과나코·라마·알파카·비쿠냐 /조선일보 DB·위키피디아
과나코·라마·알파카·비쿠냐 /조선일보 DB·위키피디아
최근 페루의 유명 관광지 쿠스코에서 주민들이 비쿠냐 150여 마리를 데리고 산을 오르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였어요. 어떤 주민은 새끼 비쿠냐를 보따리에 싸서 등에 업고 가기도 했죠. 남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비쿠냐는 얼굴은 낙타랑 닮았지만 덩치는 훨씬 작고 등에 혹도 없어요.

남아메리카에는 비쿠냐와 비슷한 동물들이 또 있어요. 라마·과나코·알파카예요. 이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사는 쌍봉낙타·단봉낙타의 친척이에요. 아주 오래전 지금 북아메리카 땅에 낙타의 조상이 처음 나타났는데, 300만~500만년쯤 이 중 일부가 시베리아를 거처 중앙아시아·중동·아프리카로 가서 쌍봉·단봉낙타가 됐고, 일부는 남아메리카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남아메리카로 내려간 네 친구는 쌍봉·단봉낙타보다 작고 등에 혹이 없어요.

지방 성분으로 된 낙타의 혹은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사막과 고원에서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남미는 상대적으로 기후가 좋다 보니 혹이 필요 없어서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남미 네 친구 가운데 라마와 과나코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편이고, 알파카와 비쿠냐는 아담해요. 라마와 알파카는 야생에서 살던 과나코와 비쿠냐를 사람들이 길들이면서 가축화한 것으로 추정돼요. 야생에선 라마나 알파카를 보기 어렵거든요.

남미의 낙타 사총사는 두툼하고 따뜻한 털가죽 옷을 입고 있어요. 빛깔도 아주 아름답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동물들 털로 옷을 만들었어요. 라마는 무거운 짐을 싣고 험한 산악 지역을 오가는 짐꾼 역할도 해주고요.

이들은 왕방울만 한 눈에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어 온순해 보이지만, 성질은 아주 드세답니다. 퓨마나 재규어 같은 천적의 공격을 받거나 수컷끼리 세력 다툼을 할 땐 발로 차고 심지어 물기까지 해요.

그중에서도 비장의 무기는 '침 뱉기'예요. 이들은 힘자랑을 하거나 위협을 느끼면 침을 뱉는데, 되새김질을 하느라 분비된 소화액 때문에 냄새가 정말 고약하대요. 이런 침 뱉기는 쌍봉낙타와 단봉낙타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습성이죠.

네 친구는 주로 무리 지어 함께 살아요. 똥오줌도 같은 곳에 눈다고 해요. 그래서 동물원에 가서 라마나 과나코를 보면 언제나 한편에 총알같이 생긴 똥이 무더기로 쌓인 걸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