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19세기 런던 교통난 해소책으로 등장… 땅굴 파는 두더지에서 착안했대요

입력 : 2021.11.23 03:30

지하철

영국 런던에서 1863년 세계 최초 지하철이 개통되기 전에 정치인·기술자 등이 사전 시승식을 하는 모습. /런던교통박물관 홈페이지
영국 런던에서 1863년 세계 최초 지하철이 개통되기 전에 정치인·기술자 등이 사전 시승식을 하는 모습. /런던교통박물관 홈페이지
얼마 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가 고장 나 일부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어요. 많은 시민이 당황하고 발을 동동 굴렀지요. 복잡한 대도시에서도 길 막힐 일 없이 목적지에 제시간에 데려다 주는 지하철은 어떤 역사를 갖고 있을까요?

지하철이 처음 생긴 곳은 영국 런던이에요. 산업혁명 발상지였던 영국은 19세기 런던 시내 인구가 넘쳐 환경오염, 전염병, 주거 문제 등과 함께 교통난도 심각했어요. 런던시 법무관이었던 찰스 피어슨(1793~1862)은 교통난 해결을 위해 지하 터널을 뚫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땅굴을 파고 다니는 두더지에게 착안한 거죠. 그는 이를 시의회에 제안했지만 처음에는 미친 소리라며 무시당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10년간 끈질기게 지하철 건설 사업을 주장한 결과, 1863년 1월 10일 패딩턴부터 패링던까지 약 6㎞ 길이의 세계 최초 지하철 노선이 개통됐어요. 이 노선에서는 지금도 지하철이 달리고 있답니다.

처음 지하철은 지상 철도와 똑같이 증기기관차가 나무로 만든 객차를 끄는 형태였어요. 소음도 심했고, 승객들은 증기기관차에서 뿜는 매연을 그대로 마셔야 했죠. 그래도 빠르고 편리해서 언제나 승객들로 붐볐다고 해요. 개통 첫날에만 4만명 가까운 사람이 지하철을 이용했대요.

당시 런던 지하철 노선도는 실제 거리와 상관없이 역을 같은 간격으로 나란히 나열했어요. 승객에겐 실제 역 사이 거리나 위치보다 몇 정거장을 가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래요. 결국 이 형식의 노선도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여러 교통수단 노선도의 표준이 됐죠.

이후 지하철은 유럽 각국으로 퍼져 나갔어요. 1875년 터키 이스탄불, 189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1900년 프랑스 파리에 지하철이 생겼어요. 지하 터널은 2차 세계대전 때는 방공호 역할을 하기도 했어요.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에서 화재가 나면 지상보다 훨씬 위험해요. 세계 최초 지하철 화재 사건은 1903년 8월 10일 파리에서 일어났어요. 전동기의 합선이 발단이 된 화재로 승객 84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지요.

아시아 최초 지하철은 일본에 생겼어요. 철도원 직원이었던 하야카와 노리츠구(1881~1942)가 영국을 방문해 지하철을 보고 나서 선진 시스템에 충격을 받고 일본에도 지하철을 만들어야겠다고 제안했어요. 사람들은 처음엔 무모한 생각이라며 무시했지만, 결국 노리츠구가 근거를 들며 꾸준히 제안한 끝에 1927년 도쿄의 우에노~아사쿠사 구간에 지하철이 들어섰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974년 서울역과 청량리역을 잇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처음 개통했어요. 이후 부산(1985년), 대구(1997년), 인천(1999년), 광주(2004년), 대전(2006년)에 지하철이 개통되어 울산을 제외한 모든 광역시에서 지하철이 운영되고 있어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