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24시간 쳐다보던 휴대전화 없어지자 눈앞에 아름다운 진짜 세상 펼쳐졌죠

입력 : 2021.11.18 03:30
[재밌다, 이 책!] 24시간 쳐다보던 휴대전화 없어지자 눈앞에 아름다운 진짜 세상 펼쳐졌죠

눈이 바쁜 아이

안드레 카힐류 글·그림ㅣ이현아 번역ㅣ출판사 올리가격 1만3000원

그림책을 펼치자 양면 가득 아이의 커다란 얼굴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동그랗게 뜬 아이 눈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네요. 빙글빙글 뱅글뱅글 눈동자를 굴리며 대체 뭘 저렇게 열심히 보는 걸까요? 주인공은 언제나 휴대전화를 보고 있어요. 늘 혼자서 걷기만 하고, 휴대전화 이외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어요. 과일과 아이스크림, 심지어는 치킨에도 관심 없죠. 아이는 휴대전화를 통해 어디든 가요. 서커스 공연장에 들어가 보고, UFO를 타고 달나라까지 가본답니다.

아이가 휴대전화에 얼굴을 파묻고 지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는 있어요. 사실 아이가 흠뻑 빠져 있는 신기한 경험들은 휴대전화 밖에선 하기 힘드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너무 심하게 휴대전화에만 몰두한다는 거예요. 아이는 곰을 만나도, 심지어 외계인이 코앞에 다가와도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어요. 늘 혼자 걸어 다니지만 두려움도 느끼지 않아요. 용감해서 그런 것이면 좋겠지만, 휴대전화에 몰두하느라 위험이 다가와도 알지 못하거든요. 이런 경우는 정말 걱정이 되지요.

한편으론 주인공이 말하는 법을 잊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휴대전화 속 존재들은 아이가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대상일 뿐, 서로 눈을 맞추고 공감하며 대화를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거든요.

주인공 같은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도 많아요. 걱정되는 이 아이들을 어쩌면 좋죠? 하지만 무조건 휴대전화를 빼앗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닐 거예요.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연락도 해야 하고 학교 친구들과 소통도 해야 하니까요. 휴대전화는 이미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으니 참 어려운 문제네요.

그럼 작가는 어떤 해법을 제시할까요? 어느 날 아이는 놀이동산에 가요. 물론 거기서도 휴대전화에 코를 박고 있지요. 그런데 롤러코스터에서 실수로 그만 휴대전화를 놓치고 말아요. 땅에 떨어진 휴대전화는 산산조각이 났죠. 아이의 마음도 산산조각이 나버렸어요. 실의에 빠져 주저앉은 표정을 보니 함께 울어주고 싶은 마음마저 드네요.

그런데 바로 여기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요. 아이가 고개를 드니 저 멀리까지 세상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눈앞에 펼쳐진 진짜 세상은 휴대전화 속 세상보다 훨씬 아름다웠어요. 아이는 맑아진 눈으로 머리를 좌우로 돌려가며 진짜 세상을 만납니다. 내내 무표정했던 표정도 처음으로 밝아졌고요. 휴대전화로부터 잠시 고개를 들기만 해도 진짜 세상이 간직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해주네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