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마지막 잎새' 희망의 상징… 개구리 발가락 닮은 '흡착근'으로 벽에 착 붙어요

입력 : 2021.11.15 03:30

담쟁이덩굴

/최수진 제공·위키피디아
/최수진 제공·위키피디아
자유롭게 뻗어나간 줄기 따라 붉은색으로 곱게 물든 담쟁이덩굴<큰 사진> 잎사귀가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담쟁이덩굴은 건물 담벼락, 바위, 나무 가리지 않고 잘 달라붙어 살아가는 덩굴식물이에요. 이렇게 어디든 잘 달라붙는 비결은 바로 줄기마다 개구리 발가락을 닮은 흡착근(吸着根·작은 사진)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 흡착근이 빨판처럼 벽에 착 달라붙어 줄기를 지탱하지요.

담쟁이덩굴은 포도과에 속하는데, 잎이 대개 포도 잎처럼 세 갈래로 갈라지고, 이맘때면 남흑색 열매가 작은 포도송이처럼 달려요.

담쟁이덩굴은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등에서 자생해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데다 조경용이나 건물 벽면 녹화용으로 활용도가 높아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 해외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요. 미국 소설가 오 헨리(1862~1910)가 쓴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 등장하는 식물이 바로 담쟁이덩굴이랍니다.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견뎌서 생의 마지막을 앞둔 주인공에게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안겨준 식물이지요. 미국에선 영어로 '보스턴 아이비(Boston ivy)'라고 불린답니다.

담쟁이덩굴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미국담쟁이덩굴과 유럽 원산의 아이비와 자주 혼동되기도 합니다. 미국담쟁이덩굴은 잎이 다섯장이고, 아이비는 사계절 잎이 푸르다는 점이 다르지요. 아이비는 '잉글리시 아이비'라고 불리기도 해요. 미국 동부 지역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를 '아이비리그(Ivy League)'라고 부르지요. 이는 역사가 오래된 학교 건물 외벽에 아이비와 담쟁이덩굴이 무성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담쟁이덩굴은 추위와 공해에 강하고 성장이 빨라서 건물 표면에 금세 무성하게 자라나요. 따라서 외벽에 습기가 많아져 부식이나 변색을 초래해 건물 수명이 단축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또 단열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공기 정화, 소음 줄이기, 경관 등에 도움이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담쟁이덩굴의 줄기는 단맛이 난다고 해요. 이에 일본에선 단맛 나는 덩굴이라는 뜻의 '감만(甘蔓)'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 설탕이 귀하던 시절엔 이른 봄에 채취한 담쟁이 줄기 수액을 달여 감미료로 사용하기도 했대요. 중국에서는 땅을 덮는 비단이란 뜻으로 '지금(地錦)', 맹렬한 기세로 산을 기어오르는 호랑이 같다는 뜻의 '파산호(爬山虎)'라고도 합니다.
최수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문화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