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세상 떠난 엄마와 편지 주고 받는 딸… 소중한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해줘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지음 l 출판사 문학동네 l 가격 1만5000원
'은유'라는 똑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34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해 편지를 주고받아요. 읽을수록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이 바빠집니다. 그만큼 독자를 단숨에 몰입시키고 몇 번씩 눈물을 쏟게 하는 소설입니다.
2016년 중학교 2학년 은유는 마음이 어수선합니다. 아빠가 재혼을 앞두고 있거든요. 은유는 자신을 낳아 준 엄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엄마 얼굴을 본 적도,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조차 없습니다. 아빠는 지금까지 은유에게 무뚝뚝했는데, 재혼을 앞두고 웃음이 많아졌어요. 은유는 자신을 둘러싼 이런 상황이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아빠는 은유에게 1년 뒤의 자신(은유)에게 편지를 써 보라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은유가 쓴 편지는 웬일인지 34년의 시간을 거슬러 1982년에 사는 초등학생 은유에게 도착하고, 둘은 편지를 주고받게 돼요. 둘은 처음엔 서로를 오해하기도 하지만 점차 고민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는데, 문제는 두 은유의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른다는 것입니다. 2016년의 은유가 1년을 사는 동안 1982년을 사는 은유의 시간은 몇 배의 속도로 흘러 대학생이 됩니다. 2016년 은유에게 동생이었던 과거의 은유는 곧 친구가 되더니 결국 언니가 됩니다.
두 은유는 작전을 짭니다. 과거의 은유가 은유의 엄마와 아빠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지요. 과거의 은유는 마침내 대학생인 은유의 아빠를 찾습니다. 아빠 주변에서 은유의 엄마가 될 것 같은 여자 친구를 주시하면서요. 둘의 작전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시간은 현재의 은유가 태어났던 2002년을 향해 달립니다. 그런데 2002년에 가까워질수록 과거에서 온 편지의 글씨가 흐릿해져요. 과거의 은유가 누구인지 현재의 은유가 알아차릴 무렵, 더 이상 편지가 오지 않습니다.
과거의 은유는 바로 2016년 은유의 엄마였습니다. 은유의 엄마는 은유를 임신했을 때 암에 걸렸어요. 항암 치료를 받으려면 아기를 포기해야 했는데, 엄마는 항암 치료 대신 아이를 선택합니다. 엄마는 자기 이름(은유)를 태어날 아이에게 붙여주기로 했고, 아이를 낳은 뒤 세상을 떠났어요. 딸 은유는 이렇게 34년의 시간을 초월해 엄마와 다시 편지로 이어집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될 거예요.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을 만나는 것에 얼마나 강력한 우주의 힘이 작용하는지, 그리고 내 곁의 평범한 인연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사람의 마음은 연약할 때가 많지만,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은 사랑이란 매듭으로 묶여 단단해집니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