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각시붕어와 흰줄납줄개 인공 교배해 탄생… 아직 100마리밖에 없어요

입력 : 2021.11.10 03:30

각시납줄개

 /경북토속어류산업화센터
/경북토속어류산업화센터
3년 전 이맘때 탄생한 물고기가 있어요. 최대 6㎝까지 자라는 몸에 붉은빛과 푸른빛이 감도는 물고기 '각시납줄개<사진>'예요. 이 물고기는 강이나 하천 등 자연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물고기예요. 서로 다른 별개의 종류인 각시붕어와 흰줄납줄개를 교배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두 물고기 이름에서 따 '각시납줄개'로 부르기로 했어요.

2018년 11월 경상북도는 우리나라 토종 민물고기도 열대어나 금붕어, 비단잉어처럼 인기 많은 관상어로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각시납줄개를 만들었어요. 각시붕어와 흰줄납줄개를 선택한 것은 우선 유전적으로 둘이 가깝기 때문이에요. 또 둘 다 번식 철에 수컷이 암컷 시선을 끌 때 몸에 나타나는 '혼인색'이 아름다워서 관상어로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었지요.

각시붕어는 강으로 흘러가는 소하천에 주로 살고, 흰줄납줄개는 저수지에 주로 서식해요. 사는 곳은 다르지만 번식 방법은 비슷해요. 암컷이 최대 5㎝에 이르는 긴 산란관을 민물조개의 출수공 안에 집어넣어 알을 낳아요. 이때 수컷이 재빨리 정액을 뿌리죠. 그리고 수정된 알은 민물조개 안에서 부화해 새끼가 되어 조개 밖으로 나오죠. 인공 교배도 이와 비슷한 방식을 썼어요. 각시붕어(또는 흰줄납줄개) 암컷에게서 알을 채취한 다음 흰줄납줄개(또는 각시붕어) 수컷의 정액을 뿌려요. 수정된 알을 민물조개와 비슷하게 생긴 부화기에 넣고 사흘쯤 지나면 수정된 알에서 1㎜짜리 새끼 물고기가 부화해요.

각시납줄개는 각시붕어와 흰줄납줄개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어요. 널찍한 몸은 흰줄납줄개를 똑 닮았고, 몸 옆부분의 푸르스름한 줄무늬는 각시붕어와 똑같죠. 입과 지느러미 끝에 감도는 붉은색은 두 물고기의 공통 특징이에요.

각시납줄개는 서로 다른 종끼리 인위적으로 교배한 종인 만큼 자연 번식은 불가능해요. 암컷에게 알을 낳을 때 필요한 기다란 산란관이 아예 없어요. 수컷은 정액을 만들 순 있지만, 이 정액으로는 알을 수정할 수 없어요. 서로 다른 동물의 교배로 태어난 노새(말·당나귀)나 라이거(사자·호랑이)가 스스로 번식을 못 하는 것과 같아요.

각시납줄개는 현재 100여 마리 있는데, 대부분 경상북도가 관리하고 있고, 일부만 충북 단양의 다누리아쿠아리움에 분양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어요.

외국에도 각시납줄개처럼 서로 다른 종들의 교배로 탄생한 물고기가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미국에 사는 와이퍼(wiper)라는 물고기예요. 와이퍼는 줄무늬배스와 흰배스를 교배해 만든 것으로, 인공 증식 후 강이나 하천 등에 풀어놨기 때문에 자연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와이퍼는 두 물고기의 장점을 골고루 물려받아 덩치가 크고 환경이 척박한 곳에서도 잘 살아요. 그래서 스포츠 낚시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