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살충제로 새 죽고 자연 파괴돼" 환경보호의 중요성 일깨웠어요

입력 : 2021.11.09 03:30

침묵의 봄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런 상황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자취를 감춘 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중략)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맞서 전 세계가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어요.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196국 대표단이 참석했지요.

지금은 전 세계가 환경보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1960년대 초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강대국들은 과학기술 개발에 매달렸고 환경은 뒷전이었지요. 미국의 생물학자 레이철 카슨(1907~1964·사진)이 1962년 출간한 '침묵의 봄'은 많은 사람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해줬어요.

카슨은 책에서 인간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살충제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생하게 고발했어요. 카슨이 책을 쓰게 된 것은 1958년 친구에게 받은 편지 한 통 때문이었어요. 정부가 모기 방제를 위해 숲속에 살충제의 한 종류인 DDT를 살포했는데, 이 때문에 자기가 기르던 많은 새가 죽었다는 내용이었죠. 카슨은 이때부터 4년간 살충제에 대한 자료를 조사한 끝에 책을 발표했어요.

당시 많은 사람이 농산물 수확을 늘리려고 살충제를 살포했는데 곤충들은 점차 살충제에 내성을 갖게 됐어요. 이에 살충제는 더욱 독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죠. 독성 살충제로 땅과 지하수가 오염됐고 동물과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도 했어요. 카슨은 책에서 DDT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소뇌와 대뇌를 손상시킬 뿐 아니라 살충제 성분이 몸속에 쌓인다고 썼어요.

책이 나오자 살충제로 풍작을 누리던 농업계는 "카슨의 잘못된 주장이 문명을 중세 암흑시대로 되돌리려 한다"고 반발했어요. "살충제보다 카슨이 더 해롭다"고 카슨을 비난하기도 했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 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조직했고, 1969년 미 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을 통과시켰지요. 이후 미국국립암연구소가 DDT가 암을 유발한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DDT는 추방됐어요. 이 책을 계기로 4월 22일 '지구의 날'도 제정됐어요.

'침묵의 봄'은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환경 운동가인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은 "'침묵의 봄'이 출간된 날이 바로 현대 환경운동이 시작된 날"이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침묵의 봄'이 많은 사람에게 다가간 건 과학 지식이 문학적인 문장과 결합했기 때문일 거예요. 카슨은 어린 시절 줄곧 작가를 꿈꿨었거든요.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