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88올림픽 앞두고 서울 집값 폭등하자 분당·일산 등 5곳 '1기'로 개발했죠

입력 : 2021.11.02 03:30

신도시

[디자인·건축 이야기] 88올림픽 앞두고 서울 집값 폭등하자 분당·일산 등 5곳 '1기'로 개발했죠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89세를 일기로 별세했어요.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쿠데타 주도와 직선제 개헌을 위한 6·29 선언 등 공과(功過)를 모두 남긴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의 정책 중 분당·일산 등 '신도시'를 탄생시킨 '주택 200만호 건설'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폭등하자 이를 잡기 위해 1988년 "5년간 수도권 90만호, 지방 110만호 등 200만호를 짓겠다"고 발표했어요. 그리고 계획보다 앞당겨 3년 만에 214만호를 지었지요.

'신도시'는 1898년 영국의 도시계획가 에버니저 하워드 경(1850~1928)이 주창한 '전원도시론'에서 유래했어요. 당시 영국에서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수도 런던으로 많은 노동자가 몰려들었어요. 그들의 주거 환경은 열악했죠. 하수 처리 시설이 없어 오·폐수가 넘쳤고 사람과 가축이 섞여 생활하기도 했어요. 하워드 경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도시 외곽에 주거·상업·공업 기능을 모두 갖추고 인구 밀도는 낮은 전원도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이 주장은 2차 세계대전 후 베이비붐으로 인구가 폭증했을 때 여러 나라가 신도시를 조성하는 이론적 토대가 됐어요.

우리나라에선 노 전 대통령 이전에 조성된 신도시가 있었어요. 지역 개발 일환으로 1960~1970년대 울산신시가지와 창원공업도시가 조성됐고, 서울 사대문 내 구도심에 몰린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1968년 여의도, 1970년대 강남 개발이 추진됐죠. 이후 1980년대엔 목동·상계동·고척동 일대에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서울 안 대규모 신도시 개발은 끝이 났어요.

이후 노태우 정권은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서울 중심에서 20km 정도 떨어진 '1기 신도시'총 5개를 건설합니다. 바로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신도시예요. 이 중 특히 분당<사진>은 강남 주택 수요를 빨아들이며 서울 집값 안정에 기여했어요. 당시 지은 주택의 95%가 아파트였는데, 이것이 이후 우리나라 주요 주거 유형이 아파트가 된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당시 1기 신도시 주택들이 아파트 위주로 건설돼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주거지 역할을 하는 베드 타운(bed town)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와요.

2003년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판교·동탄·운정·광교·양주·위례 등 전국 12곳의 '2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고, 2018~2019년엔 서울 인근에 '3기 신도시'를 짓는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에요.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