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롱패딩 한 벌에 거위 25마리 털 필요… 소비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 생각해봐요
입력 : 2021.11.01 03:30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날씨가 추워지면서 며칠 전 '올해는 롱패딩 하나 꼭 장만해야지'라는 다짐을 했어요. 발목까지 오는 패딩을 입으면 어떤 추위도 겁나지 않을 것 같았죠. 이 결심을 하던 때 최원형 작가의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를 읽었어요. 롱패딩을 거위털로 채울 경우 한 벌에 거위 15~25마리 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더구나 살아 있는 거위의 앞가슴 털을 훌훌 뽑기도 한다는 말에 롱패딩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답니다.
이 책은 이렇듯 우리들이 흔하게 하는 8가지 소비 행위가 어느 계층의 누구에게, 또 어떤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 있어요.
추울 때 먹으면 속이 뜨뜻해지는 라면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9.1개로, 전 세계 1등이래요. 인스턴트 라면은 국수를 기름에 튀겨 건조한 것인데, 야자나무 열매를 짜서 얻은 팜유를 사용해요. 팜유로 튀기면 훨씬 바삭하고 시간이 지나도 고약한 기름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데 팜유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야자나무를 대량으로 심으려고 인도네시아 등지 원시림을 파괴하기도 한대요. 숲이 사라지면 거기에 살던 동물들의 삶에도 영향이 있을 거예요.
바나나 이야기도 놀라워요. 지금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캐번 디시' 한 종이에요. 1950년대에만 해도 '그로 미셸' 품종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로미셸 품종은 껍질이 단단하고 장거리 수송에 적합해 엄청난 인기를 끌며 시장을 장악했죠. 그런데 치명적인 곰팡이균이 창궐해 사실상 퇴출됐어요. 그로미셸종은 씨앗을 뿌리는 게 아니라 나뭇가지를 잘라 심어 수확하기 때문에 모두 유전적으로 동일한 쌍둥이라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유전적으로 같은 단일 품종은 관리가 쉽고 대량생산하긴 좋지만 전염병이 번지면 일시에 감염되어 버려요. 이후 해당 곰팡이균에 내성이 있는 '캐번디시' 품종이 개발됐는데, 이 역시 그로미셸과 같은 방식으로 재배해요. 최근엔 캐번디시 종을 공격하는 곰팡이균이 나타나 넓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고 해요. 인간 편의를 위한 바나나 재배 방식이 바나나를 멸종 위기에 처하게 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사람과 모든 생명이 더불어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대부분의 자연스러운 마음일 거예요. 오늘 내가 하는 행동이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