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얼굴은 기린 닮았는데, 하체엔 얼룩말 무늬 있어요

입력 : 2021.10.27 03:30

오카피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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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동물원에서는 입장객에게 안 쓰는 휴대전화를 받는 행사를 했어요. 휴대전화 부품을 재활용해 멸종 위기 동물인 '오카피'를 보호하자는 캠페인이었죠.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만들 때 쓰는 금속 물질인 '콜탄'을 캐는 과정에서 이 동물이 살아가는 숲이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거든요.

아프리카에 사는 초식동물 오카피는 기린과 얼룩말을 반씩 닮은 듯 생김새가 기이한 동물입니다. 네 다리와 엉덩이 부분은 얼룩말과 아주 흡사한 흑백 무늬 털로 덮여 있어요. 하지만 얼굴은 기린과 빼닮았죠. 실제로 기린과 아주 가까운 친척뻘이고 얼룩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답니다.

오카피와 기린은 아주 오래전 살았던 팔레오트라구스라는 동물이 진화한 후손이에요. 기린은 키가 아주 커졌지만 오카피의 모습은 예전 팔레오트라구스와 크게 다르지 않대요. 그래서 오카피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하죠. 오카피는 실제로 기린이랑 비슷한 점이 적지 않아요. 우선 혀가 아주 길어요. 최장 35㎝까지 자라는 혀는 얼굴이나 몸에 달라붙는 벌레를 쫓아내거나 털을 손질하고 나뭇잎을 뜯어먹는 데 유용해요.

기린은 서로 싸울 때 기다란 목을 휘휘 돌려서 무기처럼 쓰는데 이걸 네킹(necking)이라고 해요. 오카피는 기린보다 목이 훨씬 짧지만 싸우거나 장난 칠 때 네킹을 한답니다.

오카피 몸은 울창한 숲에서 살아가게끔 최적화돼 있어요. 다리의 얼룩무늬는 숲속에 햇살이 내리쬐는 모습과 아주 비슷해 적들 눈에 쉽게 띄지 않게 해주는 훌륭한 위장막이 되어준대요. 반면 오카피끼리는 이 얼룩무늬를 보고 동족임을 인식해요. 특히 새끼들은 어두컴컴한 숲속을 지날 때 어미의 얼룩무늬를 보고 놓치지 않고 쫓아간대요. 오카피는 수컷만 뿔이 나는데, 뒤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채 조금만 자라다 멈춰서 숲에서 움직일 때도 거추장스럽지 않아요.

오카피는 야생에서 아주 보기 어려운 동물로 꼽혀요. 아프리카 중부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 지역의 열대우림에서만 사는데, 20세기가 돼서야 서양 탐험가들의 눈에 띄었대요. 하지만 오카피의 생태에 대해선 1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일에 가린 부분이 많아요.

최근에는 생존에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답니다. 서식지인 열대우림에서 최근 콜탄 채굴이 크게 늘어나 숲이 빠르게 파괴되고 있거든요. 사람들에게 밀렵당하는 일도 많아졌고요. 특히 콜탄을 캐는 광부들이 오카피를 사냥해 먹는 일도 늘었대요. 그래서 전 세계 여러 동물원과 동물 보호 단체는 매년 10월 18일을 '세계 오카피의 날'로 지정해 여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