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언덕 위 저택을 배경으로 한 가족사… 3대에 걸친 사랑과 복수를 그렸어요

입력 : 2021.10.26 03:30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의 초상화. /위키피디아
에밀리 브론테의 초상화. /위키피디아

"내가 히스클리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애가 알아서는 안 돼. 내가 그 애를 사랑하는 건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야. 그 애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그 애의 영혼과 내 영혼이 뭐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어."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테(1818~1848)가 남긴 유일한 소설인 '폭풍의 언덕'은 서른 살에 요절한 그가 죽기 1년 전에 발표한 작품이에요. 황량한 언덕에 있는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 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극적인 사랑과 복수를 그린 작품이지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허먼 멜빌의 '모비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으로 불리는 고전이에요. 하지만 출간 당시엔 크게 환영받지 못했어요. 이 작품은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는 '액자식 구성'으로 돼 있는데, 당시엔 이런 구성이 흔하지 않아서 평단의 반응이 차가웠대요. 또 주인공의 행위가 비도덕적이라며 비판을 받기도 했고요. 그러다 19세기 말부터 재평가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영화·연극·발레·뮤지컬 등 여러 콘텐츠로 제작되며 사랑받고 있답니다.

작품 배경은 영국 요크셔의 외진 마을, 바람이 잦아들지 않는 언덕 위 저택 워더링 하이츠예요. 주인 언쇼씨는 길에 버려진 한 소년을 집으로 데려와요. 가족들은 낯선 그를 경계했는데, 특히 아들 힌들리가 심했어요. 아버지가 그 소년을 죽은 형의 이름인 '히스클리프'라 부르며 편애했기 때문이죠. 언쇼씨가 죽자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하인 부리듯 해요. 힌들리의 여동생 캐서린은 오빠가 히스클리프를 심하게 학대할수록 그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죠. 히스클리프는 사랑하는 캐서린이 린튼 가문의 아들 에드거와 결혼하려 하자 워더링 하이츠를 떠납니다.

몇 년 후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세상을 떠난 아내를 못 잊고 폐인이 된 힌들리가 도박을 하게 부추겨 가산을 탕진하게 만들어요. 힌들리가 결국 알코올중독으로 죽자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를 차지하고 복수를 시작합니다.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을 학대하고, 자기 연인이었던 캐서린을 빼앗은 에드거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유혹해 결혼한 뒤 학대하죠. 이사벨라는 런던으로 도망가 혼자 아들 린튼을 낳고 키워요. 병약한 이사벨라가 죽자 에드거는 조카 린튼을 몰래 데려다 키우려 하지만, 곧 히스클리프에게 발각돼요. 이때부터 히스클리프는 더 흉악한 계획을 꾸며요. 아들 린튼과 캐서린의 딸 캐시를 억지로 결혼시켜 에드거 가문의 재산까지 독차지하죠. 3대에 걸친 사랑과 증오, 복수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언니 샬럿 브론테(1816~1855)와 동생 앤 브론테(1820~1849)도 각각 '제인에어'와 '아그네스 그레이'라는 고전을 남긴 작가예요. 이 작품들도 '폭풍의 언덕'과 같은 해에 출간됐답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