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산에 씨 뿌려 자연 재배… '황절삼'이 약효 제일 좋대요

입력 : 2021.10.25 03:30

산양삼

[식물 이야기] 산에 씨 뿌려 자연 재배… '황절삼'이 약효 제일 좋대요
"심 봤다!" 심마니가 험한 산을 다니다 산삼을 발견하면 이렇게 외치지요. 산삼은 환경이 잘 맞지 않으면 30~40년까지도 땅속에 웅크리고 잠을 잘 뿐 싹을 틔우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일반 사람들에게 산삼을 만나는 건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귀한 일이지요.

이런 산삼을 씨앗을 뿌려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산양삼(山養蔘)'이 바로 씨앗을 뿌려 키우는 산삼이에요. 인삼(人蔘)은 사람이 농지에 시설을 만들어 재배하는 것이고, 산삼(山蔘)은 산에서 완전히 자연적으로 자라는 것이지요. 산양삼은 사람이 산에 심은 다음 자연 상태에서 키워내는 것으로, 인삼과 산삼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떻게 산양삼이 재배될 수 있었을까요? 인삼 품종 중에 산에서 잘 자라는 품종이 개발됐기 때문이에요. '지동' 등 3종이 산에 잘 적응해 산양삼이 됐어요. 산양삼은 잘 자랄 수 있는 입지가 정해져 있어요. 여름철 평균기온이 25도 이하로 비교적 서늘한 곳으로, 시원한 바람이 내내 불고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어야 하며 겨울에 눈이 쌓여 있으면서도 토양 온도는 10도 이상을 유지하는 곳이에요. 이런 환경을 찾은 뒤 햇빛이 적당히 들어올 수 있게 주변 나뭇가지를 치고 잡초를 없앤 뒤에야 산양삼 씨앗을 뿌릴 수 있답니다.

산양삼 씨앗은 환경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쉽게 싹을 틔우지 않아요. 따라서 인위적으로 딱딱한 씨눈을 벌리는 '씨눈 틔우기'라는 작업을 해줍니다. 7월에 열매를 채취한 뒤 흐르는 물에 넣어 열매의 껍질을 벗겨요. 이걸 모래에 섞어 100일간 매일 물을 주면 씨앗이 입을 조금 벌리게 되지요. 이렇게 씨눈 틔우기를 한 씨앗을 그해 가을에 심으면, 이듬해 산양삼의 싹을 볼 수 있답니다. 채취한 시기에 따라 4월 초순은 '춘절삼', 7~8월은 '하절삼', 10~12월은 '동삼'이라고 불러요. 특히 7월 말 잎이 노랗게 변한 것을 '황절삼'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산양삼은 2000년대 중반부터 경남 함양군을 중심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는데, 진한 향과 은은한 단맛이 산삼과 비슷해서 사람들에게 빠르게 인기를 얻었어요. 매년 약 7%씩 생산량이 증가해서 작년엔 전국적으로 158t, 약 466억원어치에 이르는 산양삼이 수확됐대요. 산양삼 뿌리는 항염증·항암·면역력 향상 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었고, 최근엔 잎과 줄기 추출물이 비만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답니다.
산양삼에 빨간 열매가 달려있어요. /평창군
산양삼에 빨간 열매가 달려있어요. /평창군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