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지옥·연옥·천국 여행기 담은 시 100편… 인간의 삶, 윤리에 대한 사색 담았어요
입력 : 2021.10.19 03:30
단테의 신곡(神曲)
- ▲ 단테가‘신곡’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위키피디아
올해는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1265~1321)가 세상을 떠난 지 꼭 700년 되는 해입니다. 그가 태어난 이탈리아에선 그를 기리는 각종 행사가 열렸고, 한국에서도 관련 연극과 기념 강연 등이 잇따랐어요.
그의 대표작은 '신곡(神曲)'이에요. 단테가 사후 세계인 지옥·연옥·천국을 여행하면서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기독교 신앙이나 윤리 등에 대해 사색하는 내용이에요. '신곡'이란 제목은 일본에서 붙인 것이고, 본래 제목은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예요. '코메디아'는 희극(喜劇)이란 뜻이죠.
단테는 1304년쯤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해 세상을 뜨기 직전 해인 1320년까지 집필했어요.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 등 세 편으로 나뉘고, 각 편은 33곡으로 구성돼 있어요. 여기에 '서곡(序曲)'까지 서사시 총 100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어두운 밤 숲에서 길을 잃은 단테 앞에 그가 존경하는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요. 그는 해가 뜨는 언덕 위가 천국인데, 거기로 가려면 지옥과 연옥을 지나야 한다며 함께 순례하기를 권해요. 9단계로 된 지옥은 무시무시했어요. 깔때기 모양으로 땅속에 박힌 지옥 입구엔 구더기에게 시달리는 비겁한 망령이 즐비했고, 지옥 깊은 곳에는 얼음에 갇혀 꼼짝달싹 못 하는 망령들이 있었어요.
단테가 지옥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연옥이에요. 가톨릭 교리에 나오는 '연옥'은 천국으로 가기 위해 살아 있는 동안 지은 죄를 씻고 잠시 머무는 공간이에요. 단테가 본 연옥은 둥근 피라미드 형태인데, 아래에서 위쪽으로 교만·질투·분노·나태·인색·탐식·색욕의 죄를 지은 사람들이 차례로 벌을 받고 있었어요. 영원한 형벌을 받아야 하는 지옥과 달리 연옥의 형벌은 일시적이에요. 생전에 교만했던 죄인은 무거운 바위를 지고, 게을렀던 죄인은 쉬지 않고 빠르게 달려야 하죠.
천국에 간 단테는 그곳이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는 걸 깨달아요. 그러곤 참된 구원의 길에 도달하게 되지요.
'신곡'은 특정 종교 교리를 담고 있지만, 그 틀에 갇힌 작품은 아니에요. 선과 악, 죄와 벌을 포함한 인간 삶의 다양하고 보편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이지요. 독일의 문호 괴테는 '신곡'을 "사람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이라고 칭송했고, 아르헨티나 국민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모든 문학의 결정"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