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책방의 좀비, 인천공항 에일리언 등 현대식으로 구성한 16개 귀신 이야기
입력 : 2021.10.14 03:30
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
'옛날 옛적에…'라는 말만 나와도 우린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려요. 왜냐면 이 말은 '이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거야'라는 일종의 신호니까 말이죠. 이 말 뒤에 펼쳐진 이야기엔 구렁이와 까치, 도깨비와 귀신이 많이 나오곤 했어요.
단편소설집 '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은 아주 독특한 옛날이야기 책이에요. 마치 작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쯤 미래로 날아가서 쓴 이야기처럼 보여요. 이야기 속 풍경이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거든요. '좀비' '편의점' '에일리언' 등 우리에게 친근한 소재가 등장한답니다.
단편 '치킨과 차가운 귀신'에서 주인공은 헤어진 애인을 떠올리며 동네 치킨 집을 찾아가요. 그런데 치킨 집 사장한테 음력 2월 22일에만 나타나는 귀신을 통해 옛 애인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말을 들어요. 그러곤 먹다 남은 프라이드 치킨과 닭 뼈로 귀신을 부릅니다. 또 '천국이란 이름의 편의점'에선 세상을 떠나기 직전 친구에게 품은 앙심 때문에 천국에서도 편의점에서 힘들게 일하게 되는 인물들이 등장해요. 단편 '에일리언의 청소부'에는 인천공항의 비밀 지하 벙커에서 사육 중인 에일리언(외계인)이 등장해요. 한 여자가 에일리언의 치아를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죠. 이 에일리언은 영화 속의 끔찍한 모습보다는 도깨비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이쯤 되면 좀비도 빠질 수 없겠죠? 좀비는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괴물이니까요. '책방의 좀비(1)'라는 작품 주인공은 평범한 작은 책방 주인 버티고씨예요. 나이가 들어 이제 서점을 팔아버릴까 고민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밤늦도록 서점 문을 여는 행사를 해요. 그런데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술에 취한 사람이 들어왔어요. 둘째 날엔 누가 서점 문을 두드려 내다봤더니, 좀비가 왔네요. 버티고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내에게 전화로 물어보죠. 좀비 손님에게 문을 열어줄지 말지를 말이에요. 아내는 손님이 왔으니 열어주라고 말해요. 버티고씨는 어떻게 됐을까요?
민담 구성에 우리 삶의 풍경을 붙여 놓으니까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의미도 훨씬 알기 쉬워요. 사랑에 실패했다고 해서 더 이상 사랑과 사람을 믿지 않는다면 정작 본인이 뼈아픈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실망스럽고 고통스러운 경험일지라도 앞으로 나아갈 발판으로 삼아야지 거기서 도망가면 안 된다는 것 등이죠. 이 책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16편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를 들려줍니다. 옛날이야기가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