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손가락 끝에 '감각점' 많아 점자책 읽을 수 있어요
피부 감각
- ▲ /그래픽=안병현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가을이 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몸을 따듯하게 해 줄 겉옷도 찾게 됩니다. 인간은 어떻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람의 온도를 느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이렇게 외부 자극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게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환경 변화를 알아채고 적절히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햇볕이 너무 뜨거우면 피하고, 빨간 신호등을 보면 멈추고, 뜨거운 물에 손이 닿으면 순간적으로 손을 떼는 등 행동들도 자극에 적절히 반응하는 것이지요.
인간이 자극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원리는 과학계의 오랜 연구 주제이기도 해요. 지난 4일 발표된 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도 피부 자극을 감지하는 원리를 규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데이비드 줄리어스(Julius) 교수와 하워드 휴 의학연구소 아뎀 파타푸티언(Patapoutian) 박사가 받았답니다.
이에 앞서 '눈의 시각 전달 과정'(1967년), '시각 정보 처리 과정'(1981년), '후각 기관과 후각 수용체'(2004년) 연구자들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어요.
냄새는 어떻게 맡을까
사람은 눈, 귀, 코, 혀, 피부 등 감각기관으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피부 감각 등을 받아들여요. 감각기관마다 받아들이는 자극 종류는 다르지만, 이 자극을 전기신호(+나 -를 띤 이온들 흐름)로 변환해 신경계로 전달하는 건 같아요.
후각 자극을 예로 들어볼게요. 기체 상태 화학물질이 공기 중을 떠다니다 콧속으로 들어오면 콧구멍을 지나 코 천장에 있는 후각 상피(上皮·겉껍질)에 도달해요. 화학물질은 후각 상피의 끈적한 점액질에 달라붙어서 녹아들어가 안쪽 후각 세포를 자극하는데, 세포 표면 수용체가 이 자극을 인지하고 전기신호로 변환해 후각 신경을 거쳐 대뇌까지 전달해요. 그럼 우리는 최종적으로 냄새를 맡게 됩니다.
'통점' 제일 많고 '온점' 제일 적어요
그렇다면 피부는 어떻게 감각을 알까요? 피부는 촉각, 통각(痛覺), 온각, 냉각, 압각 등 자극을 느껴요. 이런 감각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피부에 점 모양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감각점'이라고 하지요.
피부 부위에 따라 분포하는 감각점 종류와 수가 다른데, 감각점이 많이 분포할수록 해당 감각을 더 예민하게 느껴요. 예컨대 우리는 손톱이나 발톱, 머리카락을 잘라도 전혀 아프지 않죠. 거기에는 감각점이 없기 때문이에요. 반면, 물체가 닿는 것을 느끼는 '촉점(觸點)'은 손가락 끝과 입술 등에 많이 분포하고, 등이나 허벅지, 엉덩이 등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분포한대요. 시각장애인들이 손가락 끝으로 점자를 인식할 수 있는 것도 손가락 끝에 많은 촉점 덕분이지요. 손가락 끝에는 아픔을 느끼는 통점도 많아서 다른 부위에 비해 상처 등에 예민하다고 해요.
우리 몸 전체엔 평균적으로 1㎠당 통점 100~200개, 압점 25개, 냉점 6~23개, 온점 0~3개씩 존재해요. 온점보다 냉점이 더 많기 때문에 보통 더위보다 추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자극이든 강도가 너무 세면 '통각'으로 인식한대요. 지나치게 차가운 물에 손을 넣으면 아프다고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온도가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을 감지하는 '온점'과 '냉점'은 절대온도가 아니라 상대적 온도 변화를 감지해요. 예를 들어, 오른손은 40도 물에, 왼손은 5도 물에 넣었다가 빼서 동시에 20도 물에 넣으면 오른손은 차갑게, 왼손은 따뜻하게 느끼는 거죠.
이런 피부 감각은 임신 8주 차 태아 시기에 형성될 정도로 다른 감각보다 일찍 발달한대요. 그 이후 엄마 배 속 태아를 초음파로 찍어보면 손가락을 빨고 있을 때가 많은데, 이미 '촉각'이 발달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매운 걸 먹으면 왜 아플까
엄청나게 매운 걸 먹었을 때 혀뿐 아니라 입 주변까지 화끈거릴 정도로 열과 땀이 나고 아팠던 경험이 있나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줄리어스(Julius) 교수는 고추를 먹거나 만졌을 때 통증과 열이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연구했어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몸에 있는 감각수용체 'TRPV1' 때문이었어요. TRPV1은 열과 압력을 감지하는 수용체로, 43도가 넘어가면 '뜨겁다'고 인식해요. 그런데 캡사이신과 결합하면 온도와 상관없이 활성화되어 뇌에 '뜨겁다'는 전기 신호를 전달하고, 우리는 뜨거움과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열을 식히기 위해 땀도 배출하는 것이고요.
[남이 간지럽히면 왜 더 간지러울까?]
'간지러움'은 과거엔 통각의 일종이라고 여겨졌지만, 1990년 척수 손상으로 통증을 못 느끼는 환자들도 간지러움은 느낀다는 연구가 발표된 이후 촉각과 통각의 혼합 등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어요.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 제 겨드랑이나 발바닥을 간지럽힐 때보다 남이 간지럽힐 때 더 간지러운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스스로 간지럽히는 것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남이 간지럽힐 때는 어디를, 어떻게, 얼마나 오래 간지럽힐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