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싸리' 대신 빗자루로 쓰여… 가을에는 분홍빛 단풍 들어요
입력 : 2021.10.11 03:30
댑싸리
- ▲ /연합뉴스
댑싸리는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자생하는 한해살이 식물로, 우리나라엔 최소 100년 전 전래됐어요. 크게는 1.5m까지 자라고 줄기는 가늘지만 단단해요. 가지마다 가늘고 긴 잎이 풍성하게 나서 멀리서 보면 털북숭이 짐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7~8월에 연녹색 작은 꽃을 피우고 10월이면 열매가 열리고 씨앗을 떨어뜨리며 멋지게 단풍이 들어요.
'댑싸리'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었을까요? '싸리'는 산과 들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 종인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가는 줄기로는 섬유도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요. 우리 조상들은 새로운 식물에 이름을 붙일 때 '싸리'라는 말을 자주 붙였어요. 싸리처럼 키가 작거나, 잎이 둥글다는 이유 등이었죠. 그래서 우리나라엔 이름에 싸리가 들어간 식물이 콩과, 장미과, 명아줏과 등 100종 가까이 있답니다.
이 중 댑싸리는 밭이나 집 어귀에 심거나, 생활용품으로 만들어 썼어요. 주로 빗자루로 만들었죠. '싸리'를 대신해 빗자루로 쓰인다는 뜻에서 '대싸리'가 됐고, 그것이 다시 '댑싸리'가 됐다고 전합니다.
요즘은 연천, 시흥, 의령 등 넓은 공원에 댑싸리밭이 많이 조성돼 있어요. 한동안 분홍빛 외래 식물 '핑크뮬리'가 인기를 끌어 전국 곳곳에 핑크뮬리밭이 조성됐는데, 지난해 국립생태원이 외래 생물 정밀 조사에서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로 판정했어요. 생태계 위해성 2급은 당장 해롭진 않지만 씨앗이 널리 퍼지면 국내 생태계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예요. 이에 따라 핑크뮬리와 비슷하게 고운 단풍이 들고 바람에 너울거리며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는 댑싸리를 많이 심기 시작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