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베트남 등 전 세계 50여개 시장 이야기… 美 볼티모어 시장에선 '게 경주' 열려요

입력 : 2021.10.11 03:30
[재밌다, 이 책!] 베트남 등 전 세계 50여개 시장 이야기… 美 볼티모어 시장에선 '게 경주' 열려요

세계의 시장

호셉 수카라츠 지음 l 미란다 소프로니오 그림 l 문주선 옮김
출판사 키다리 l 가격 1만5000원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는 많은 물건이 필요합니다. 시장은 그 물건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이에요. 역사도 깊고, 형태도 다양해요. 다른 나라에 갔을 때 시장에 한번 가보세요. 그 나라 사람들에겐 흔한 물건들이겠지만 외국인들에겐 신기한 게 많아요.

이 책은 시장의 역사부터 시장에서 뭘 사고파는지, 물건 사고파는 것 말고도 뭘 할 수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지 등 시장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들려줍니다. 과테말라, 베트남 등 전 세계 50여 개 시장이 등장합니다.

인간들은 처음엔 짐을 짊어지고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다가 어느 날부터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물건을 펼쳐놓고 장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것이 나중에 시장으로 발전했지요. 시장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사는 도시 중심에 있었다고 해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을 사고팔 뿐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나누며 대화하는 곳이기도 했어요.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고대 로마의 마첼룸, 아스테카 왕국의 티앙기스 등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 시장이 발달했어요. 북아메리카 대륙 토착민들은 카누를 타고 강을 오르내리며 물건을 교환했죠. 오늘날 중국 땅인 카슈가르는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떼를 지어 다니는 상인의 집단인 '카라반'이 모여드는 곳이었어요. 호주의 토착민들은 조상들이 전해준 신성한 '노랫길'을 따라 물물교환을 했는데, 이 길을 통해 사람들이 물건뿐 아니라 노래, 춤, 이야기 등도 나누었기 때문에 '노랫길(song line)'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시장에선 다양한 공연, 경기 등도 펼쳐져요. 이미 중세 시대부터 시장 근처에 음악가, 곡예사, 무용가들이 모여 공연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해요.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렉싱턴 시장은 역사가 200년이 훌쩍 넘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에요. 이곳에선 유서 깊은 경마대회 프리크니스(Preakness) 스테익스가 열리는 동안 '프리크니스 크랩 더비'라는 '게 경주'도 열린대요. 게는 이 시장의 대표 상품이거든요.

시장에선 신선한 식재료를 살 수 있는 동시에 노점이나 식당에서 그 식재료로 만든 음식도 사 먹을 수 있어요. 음식뿐 아니라 수공예품, 책, 골동품, 중고품 등 다양한 물건을 살 수도 있고요. 중고품을 파는 시장을 왜 '벼룩시장'이라고 부를까요? 오래전 프랑스 파리에 중고품 시장이 있었는데, 벼룩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들을 판다는 의미로 '벼룩'이란 뜻의 '푸세(puces)'라 부른 게 기원이 됐다고 합니다.

박사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