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많은 양에 노출되면 毒… 암 치료·살균 등 藥으로도 쓰여요
입력 : 2021.10.05 03:30
방사선
- ▲ /그래픽=유재일
방사선별로 투과력 달라요
방사선은 에너지를 지닌 입자나 파동의 흐름을 말해요. 방사선과 비슷한 단어인 '방사능'은 방사선을 내뿜는 능력을, '방사성물질'은 방사능을 지닌 물질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방사선은 햇빛, 토양, 물, 음식 등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환경에서 나옵니다. 여러분은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방사선을 받고 있어요.
방사선에는 알파선·베타선·중성자선·엑스선·감마선 등이 있어요. '알파선'은 우라늄 같은 방사성물질이 붕괴할 때 나오는 헬륨 원자핵이에요. 방사선 중에서도 상당히 무거운 편이라 속도가 느리고 공기 중에서 몇 ㎝만 움직인답니다. 알파선은 종이 한 장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올 가능성이 작죠. 하지만 많은 양의 알파선이 나오는 방사성물질이 음식이나 호흡을 통해 몸에 들어오면 위험할 수 있어요.
'베타선'은 칼륨-40 같은 방사성원소에서 나오는 고속(高速)의 전자예요. 비교적 가벼워 알파선보다 투과력이 세지만 나무판자나 알루미늄판 정도로 충분히 막을 수 있어요. '중성자선'은 원자력 발전이나 핵폭발처럼 핵반응이 일어날 때 나오는데 알파선·베타선보다 투과력이 강해 인체에 해로워요. '엑스선'과 '감마선' 역시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아 인체에 해를 입힐 수 있어요.
우리는 방사선과 함께 살아가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Sv(시버트)'나 'mSv(밀리시버트)' 단위로 나타내요. 1Sv는 1000mSv예요. 우리나라 사람은 매년 평균 3.08mSv의 자연 방사선을 받고 있어요. 세계 평균(2.4mSv)보다 약간 높은데, 방사선을 상대적으로 많이 내뿜는 화강암, 변성암이 우리 국토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에요.
공기 중 가장 많은 방사성원소는 라돈이에요. 우리가 받는 자연 방사선의 50~60%가 공기 중 라돈에서 나와요. 라돈은 붕괴할 때 알파선을 내뿜어요. 몇 년 전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돼 큰 논란이 됐죠. 라돈은 건축 자재에도 많이 있어서 라돈에 의한 피폭(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려면 정기적으로 실내를 환기해야 해요.
우리 몸에서도 방사선이 나와요.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으면 서로 방사선을 주고받는 것이죠. 인체 내부 방사성물질 중 가장 많은 건 '칼륨-40'이에요. 칼륨은 세포와 신경 기능에 중요한 영양소예요. 칼륨은 바나나에 특히 많이 들어 있답니다.
스위스 출신의 유명한 의학자 파라셀수스(Paracelsus·1493∼1541)는 일찍이 "모든 물질은 독(毒)이다. 그런데 독과 약(藥)을 구별 짓는 건 바로 양(量)"이라고 했어요. 커피, 물, 과일, 밥 등 모든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사람이 죽는 것처럼 방사선도 그렇지요. 그러면 얼마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면 위험할까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반인의 경우 자연 방사선과 의료용 방사선을 제외하고 '연간 1mSv'까지는 안전하다고 봐요. 의료용 방사선의 경우 '단기간에 100mSv 이상'이 돼야 건강에 악영향이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은 이보다 훨씬 높은 자연 방사선을 받으며 살아가기도 해요. 라듐이 풍부한 온천으로 유명한 이란 람사르 지역의 경우 연간 방사선량이 최대 260mSv에 달해요. 브라질 구아라파리 해변의 연간 방사선량도 175mSv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1년 한 연구에 따르면, 람사르 인근 주민의 건강엔 특별한 이상이 없었어요. 오히려 높은 방사선량에 적응해 DNA가 손상됐을 때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이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뛰어났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염색체 이상이 더 많이 발생하거나 불임률이 높다는 연구도 있었어요. 이 지역 인구가 적기 때문에 자연 방사선이 어느 정도로 높을 때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어요.
질병 치료·화재 경보기 등에 유용하게 쓰여요
방사선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입니다. 엑스레이와 CT는 엑스선을 이용해 우리 몸속을 들여다보는 거예요. 또 방사성 동위원소를 몸 안에 넣고 그 분포를 살펴 병 관련 정보를 얻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도 있어요. 세포를 파괴하는 방사선의 성질을 이용해 암도 치료해요.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쬐여 죽이는 거죠. CT를 찍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자연 방사선보다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지만, 그럼에도 병을 찾고 치료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하는 거예요.
오래 보관해야 하는 식품에 방사선(감마선)을 쬐이면 가열하지 않고도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을 죽일 수 있어요. 또, 폐수에 방사선을 쬐여 미생물을 죽이고 유기물을 분해해 정화할 수도 있어요. 방사선을 쬐여 DNA에 돌연변이를 유도해 더 좋은 농산물 품종을 만들기도 해요.
집집이 있는 화재경보기도 방사성물질을 활용한답니다. 경보기 안에는 알파선을 내뿜는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는데, 알파선은 공기 중 산소나 질소와 부딪쳐 이온을 만들고, 이 이온은 전류를 흐르게 해요. 그런데 불이 나서 연기가 발생하면 알파선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이때 전류의 흐름이 줄어들어 경보가 울리는 것이지요. 또 트리튬이라는 방사성물질은 배터리 없이 오랫동안 빛을 낼 수 있어 시계 등에 쓰여요. 이렇게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하는 방사성물질은 보통 양이 매우 적어 안전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