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불붙으면 하얀 거품이 보글보글 나와 잘 타지 않는대요
입력 : 2021.10.04 03:30
아왜나무
- ▲ /농사백과·최수진 제공
나무가 불에 잘 타지 않는다니, 무슨 말일까요? 다른 나무들보다 수분이 많아서 불이 붙는 온도가 높다는 뜻이에요. 비에 젖은 장작이 불에 잘 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지요. 동백나무·은행나무·굴참나무 등이 그런 방화수랍니다.
방화수 중에서도 한국·일본·대만 등에 자생하는 아왜나무<사진1>가 으뜸으로 꼽혀요. 2012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아왜나무 등 난대림 나무 14종의 자연발화온도(스스로 불이 붙는 온도)를 조사했는데, 아왜나무가 섭씨 745도로 가장 높았어요. 또 물질이 완전히 탔을 때 방출하는 발열량도 가장 적었다고 해요.
아왜나무는 지름 6~20㎝의 크고 두꺼운 잎과 몸속에 수분을 많이 품고 있어요. 불이 붙으면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보글보글 하얀 거품이 생기고, 이 거품이 나무 표면에 차단막 역할을 해서 불에 잘 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아왜나무가 있는 곳은 불이 잘 안 나고, 설사 불이 나더라도 불길이 번지는 것이 더뎌 진화할 시간을 벌게 해 줍니다.
화재 예방과 진화에 도움이 되는 아왜나무를 전국에 심으면 좋겠지만, 추위에 약한 나무라서 연평균 기온이 14도 이상인 제주도와 남부 섬 지방에서 주로 만날 수 있어요.
아왜나무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어요. 아왜나무와 잎 모양이 닮은 나도밤나무의 일본 이름 '아와부키'에서 따왔다는 설과 '거품'이라는 뜻의 일본어 '아와부키'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어요. 아와부키가 '아와나무'로 변하고, 결국 '아왜나무'로 변했다는 거죠.
요즘 아왜나무에는 7~9㎜ 크기의 새빨간 열매가 포도처럼 주렁주렁 열려요<사진2>. 그 모양이 붉은 산호처럼 아름다워 일본에선 산호수라는 뜻의 '산고쥬'라고 부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