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백악기 공룡도 먹었다는 호주 '울레미 소나무'… 잎 두껍고 넓적해요
입력 : 2021.09.27 03:30
다양한 소나무들
- ▲ 폰데로사 소나무 /위키피디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만 해도 다른 나라에선 아주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어요. 멀리 호주나 칠레, 폴리네시아섬에 사는 소나무들을 볼게요. 이 지역에 있는 소나무들은 우리 소나무들이 '소나뭇과(科)'에 속하는 것과 달리 '아라우카리아과(科)'에 속해요. 그런데도 잎이 뾰족하고 키가 크다는 이유로 '소나무(pine)'로 통해요.
아라우카리아과 소나무들은 약 2억년 전부터 살았던 고대 침엽수예요. 중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백악기까지 번성하다 6600만년 전 신생대가 시작되면서 북반구에선 대부분 자취를 감췄고 남반구에서만 독특한 형태로 살아왔어요. 대표적인 게 태평양 남서부 뉴칼레도니아에 사는 '뉴칼레도니아 소나무'예요. 이 소나무는 크게는 60m 이상 자라고, 가지가 짧아요. 우리나라 소나무가 옆으로 가지를 넓게 뻗어 종(鐘) 같은 모양이라면, 뉴칼레도니아 소나무는 마치 뾰족한 송곳처럼 생겼어요.
호주에는 '울레미 소나무'란 게 있어요. 공룡이 먹었다고 해서 '공룡 소나무'로도 불리는데 화석으로만 존재해 그동안은 멸종된 줄 알았죠. 그런데 1994년 시드니 인근 협곡에서 100여 그루가 발견됐어요. 우리나라 소나무 잎은 가지 위에 2~3개씩 모여서 나는데, 울레미 소나무 잎은 가지를 따라 약간 두껍고 넓적하게 자라요. 울레미 소나무는 우리나라 여러 식물원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올 초 국립세종수목원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꽃을 피우기도 했답니다.
북반구에 사는 소나무들은 우리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소나뭇과'에 속하고 생김새도 더 닮았어요. 미국 서부 로키산맥에는 키가 80m까지 자라는 '폰데로사소나무'가 있어요. 이 지역은 산불이 자주 일어나는데, 폰데로사소나무는 화상을 입으면 송진을 화상 부위에 흘려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사는 '로지폴소나무'는 평소엔 솔방울 비늘 사이가 송진으로 막혀 있다가 온도가 45~60도 되면 깨지면서 씨앗을 퍼뜨릴 수 있다고 해요. 이는 산불이 자주 나는 특성 지형에서 살다 보니 그 상황을 번식의 계기로 삼으면서 살아남을 수 있게 진화한 것이란 해석입니다.
유럽에서 러시아에 걸쳐 자생하는 '구주(歐洲)소나무'는 우리나라 소나무와 생김새가 아주 비슷하고 세포 모양까지 유사해 DNA를 분석해야만 구별이 가능해요. 이 때문에 2008년 화재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을 복원할 때 우리나라 소나무가 아니라 구주소나무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가 DNA 분석으로 국내산 소나무라는 게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 ▲ 울레미 소나무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