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마을에 내려온 곰과 사람들의 갈등… 평화로운 마을이 전쟁터로 변했어요

입력 : 2021.09.23 03:30
[재밌다, 이 책!] 마을에 내려온 곰과 사람들의 갈등… 평화로운 마을이 전쟁터로 변했어요

곰이 왔어!

조수경 글·그림 l 출판사 올리 l 가격 1만3000원

이 책은 2018년 '나'라는 작품으로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에서 '어린이 책 프로페셔널 부문' 대상을 받은 조수경 작가가 올해 6월 출간한 창작동화예요.

작가는 평소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걸 즐긴다고 해요. '오늘은 즐거운 마음을 가질 거야'라면서 생각대로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우리 마음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고 변덕이 심해요. 좋은 마음이다가도 불쑥 못된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요. 때로는 친구와 작은 일로 마음이 틀어져 토라지고 다투기도 하죠.

만약 여러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요? '곰이 왔어'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곰들이 찾아오면서부터 생기는 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람들은 낯선 곰을 반기기도 했고, 사나울 거라며 조심하기도 했어요.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사람들은 곰들이 싫다며 밀어내지는 않았어요. 그러자 곰들은 마을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곰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사람 말을 배웠고 사람들의 일과 놀이도 열심히 익혔답니다. 조용했던 마을은 곰들이 오면서 활기가 넘쳤어요. 거리와 학교가 붐볐고 곰들도 사람처럼 예쁜 옷을 입고 멋진 식당을 찾았어요. 인기 많은 상점에는 물건을 사려고 사람과 곰이 어울려 길게 줄을 서기도 했죠.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요. 사람들은 사소한 것들로 슬슬 곰들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어요. 곰이 사람과 똑같은 걸 누린다는 게 마땅찮기도 했죠. 결국 사람들은 곰들을 숲으로 쫓아내고 높은 장벽을 세웠어요. 그런데 이미 마을 생활에 익숙해진 곰들은 숲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곰들이 할 수 없이 다시 마을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이번엔 아주 거칠게 곰들을 쫓아냅니다. 쫓겨난 곰들은 이제 사람들에게 무척 화가 났어요.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곤 싸움을 준비하죠.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해갑니다. 서로 이해하려는 생각은 사라지고 얼음처럼 차갑고 딱딱한 마음으로 채워져 갑니다.

작가는 긍정적인 결말을 향해 억지로 독자를 끌고 가지 않습니다. 이후 사람과 곰이 어떻게 됐는지는 우리 상상에 맡겨야 해요. 둘은 끝없이 다툴까요? 아니면 서로 양보하며 함께 살기로 타협할까요? 갈등은 서로를 힘들게도 하지만 잘 이겨내면 더 좋은 관계로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기도 해요. 그런데 갈등을 푸는 열쇠는 놀랍게도 우리 마음속에 있답니다. 마음대로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이 마음이지만, 더 옳은 방향이 어느 쪽인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마음이거든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