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1890년 사교계 파스텔톤 드레스 인기, 2차 세계대전 후엔 실용적 의복 입었죠

입력 : 2021.09.16 04:45
[재밌다, 이 책!] 1890년 사교계 파스텔톤 드레스 인기, 2차 세계대전 후엔 실용적 의복 입었죠

패션 플래닛

나타샤 슬리 지음 l 신시아 키틀러 그림 l 전하림 옮김
출판사 보물창고 l 가격 2만6000원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날에는 격식을 갖춘 예쁘고 멋진 옷을 입어요. 명절엔 한복을 입고, 발표나 연주를 위해 무대에 오를 때면 화려한 드레스와 정장을 입죠. 옷은 몸을 보호하고 가리는 용도뿐만 아니라 이처럼 사람들 간 예의나 의사를 표시하는 문화적 수단이 되기도 해요. 머리 모양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런 옷과 머리 모양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고 변화했답니다. 치마 길이와 바지통, 스타킹과 모자 모양도 시대마다 달라졌어요. 이처럼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의상이나 머리 모양 등을 '패션'이라고 해요. 영국의 패션 저널리스트인 나타샤 슬리가 쓴 '패션 플래닛'은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걸어온 패션의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스물다섯 장면을 골라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소개합니다.

산업혁명으로 경제 강국이 된 영국에선 1890~1900년대 초반에 화려하고 과시적인 패션이 유행했다고 해요. 당시 사교계엔 최첨단 패션을 자랑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무도회가 열리면 남성들은 모두 흰색 조끼, 셔츠, 나비넥타이와 어두운색 연미복 재킷과 바지를 입었어요. 여성들은 골반은 뒤로, 가슴은 앞으로 도드라지게 만드는 S곡선의 코르셋을 입고 레이스로 된 주름이나 리본 장식이 들어간 파스텔 빛깔의 드레스를 즐겨 입었어요. 그리고 목이 긴 장갑을 착용하곤 우아하게 춤을 췄답니다. 그런데 몸통을 꽉 조이는 코르셋은 입기도 힘들고 불편했어요. 그래서 폴 푸아레, 잔 파퀸, 칼로 자매 같은 당시 디자이너들은 코르셋에서 해방된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연구했어요. 그 결과 허리선이 위로 올라가고 여러 겹의 천과 세로 주름이 장식된 일명 엠파이어 라인 드레스가 탄생했어요. 이 패션은 프랑스 사교계로 건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비슷한 시기 미국 여성들은 조금 더 활동적인 의상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남성들처럼 사회생활과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들이 많아졌거든요. 20세기 중반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화려한 드레스는 사라지고 수수하고 실용적인 의복이 널리 퍼졌어요. 직접 뜬 털모자와 장갑, 심지어 커튼으로 만든 코트까지 등장했어요. 전쟁 직후엔 젊은 세대들이 파격적인 미니스커트와 알록달록한 패턴을 유행시켰어요. 우리나라도 6·25전쟁을 기점으로 미군 군복과 양복이 유입되어 유행했고, 1970년대에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많아졌죠.

이렇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을 보면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답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