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몸길이 4m 육식 동물… 1m짜리 '엄니'로 조개 캐고 얼음도 부숴요

입력 : 2021.09.15 03:30

바다코끼리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얼마 전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바다코끼리의 엄니(앞니나 송곳니가 밖으로 튀어나온 것)를 불법으로 판 사람이 재판에 넘겨져 가택 구금 6개월과 벌금 40만달러(약 4억6800만원)를 선고받았어요. 육상동물인 바다코끼리의 엄니도 코끼리의 엄니(상아)와 마찬가지로 불법으로 사고파는 일이 벌어져 규제하는 것이죠.

바다코끼리<사진>와 코끼리는 기다란 한 쌍의 엄니를 갖고 있는 것은 같지만, 둘은 전혀 다른 동물이랍니다. 초식동물인 코끼리와 달리 바다코끼리는 물개·바다사자·물범 등과 같은 해양 육식 동물이에요. 바다코끼리 수컷은 몸길이가 4m 가까이 자라고 엄니가 있어 그보다 덩치가 작고 엄니도 길지 않은 물개나 물범과는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

바다코끼리의 엄니는 위턱 송곳니가 유독 크게 자라서 생긴 거예요. 코끼리 앞니가 계속 자라서 상아가 된 것과 비슷하죠. 바다코끼리 엄니는 평생 기다랗게 자란대요. 이빨이 너무 길어서 불편하고 번거로울 것 같지만 살아가는 데 없어선 안 될 도구랍니다. 최대 1m까지 자란다고 하네요.

우선, 엄니는 적에게서 자신을 방어하는 중요한 무기예요. 또 식사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바다코끼리의 주식은 바다 밑바닥에 있는 조개들인데, 엄니로 바닥을 파서 조개를 캐 먹거든요. 바다코끼리는 주로 북극 주변에 살아요. 온도가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지는 추운 곳이 많아 이동하거나 사냥할 때 두꺼운 얼음 아래로 헤엄을 칠 때가 많죠. 그때 이 엄니가 밑에서 얼음을 부수고 숨구멍을 내는 쇄빙기 역할을 해요. 뭍으로 올라올 때나 뭍에서 이동할 때도 엄니를 지팡이처럼 바닥에 딛기도 해요.

바다코끼리 주둥이 주위에 있는 수백개의 두꺼운 수염도 단순한 털이 아니고 중요한 기능이 있어요. 안에 혈관과 신경이 있어 조개를 찾는 레이더 역할을 해준답니다.

바다코끼리는 수백·수천마리씩 무리 지어 살아요. 그런데 짝짓기 철이 아니면 수컷은 수컷끼리 지내고, 암컷과 새끼들은 따로 무리지어 살죠. 바다코끼리는 일생 중 많은 시간을 바다에 떠있는 얼음 덩어리인 해빙(海氷)에서 보내요. 이곳에서 잠자고 먹이도 먹고 새끼도 낳지요. 해빙에 몸을 싣고 멀리 이동도 하고요. 바다코끼리는 덩치는 크지만, 사람이 다가가면 수백마리가 한꺼번에 물속으로 도망갈 정도로 겁이 많아요.

최근 기후변화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바다코끼리의 터전인 해빙이 녹아서 줄어들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북극 기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올라가고 얼음이 녹을 경우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동물로 북극곰과 함께 바다코끼리를 꼽아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