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9500년 전 동굴 벽화에도 등장… 액운 퇴치, 통신 수단으로도 쓰였대요
입력 : 2021.09.14 03:30
연날리기
- ▲ 벤저민 프랭클린이 연으로 번개 실험을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위키피디아
연(鳶)은 동서양의 고대부터 존재했어요. 기원전 400년쯤 고대 그리스에선 철학자 플라톤의 친구로 알려진 알투스가 연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또 중국에서도 기원전 5세기에 묵자(墨子)가 연을 날렸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또 1997년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섬에서 중석기 시대 동굴 벽화가 발견됐는데, 여기에 연 날리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어요. 이를 통해 인류가 약 9500년 전부터 연을 날렸다는 걸 알 수 있게 됐죠.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도 연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요. 신라 선덕여왕 말년에 비담과 염종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이때 유성이 신라의 수도 경주로 떨어졌대요. 이는 신라 관군이 패배할 징조로 해석됐죠. 그러자 김유신은 연에 허수아비를 달고 불을 붙여 하늘로 날려 보냈어요. 그 모습이 마치 떨어진 별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고, 신라 관군의 떨어졌던 사기를 다시 끌어올려 반란을 무사히 진압했다고 합니다.
조선 시대엔 주로 정월 대보름에 연을 날렸고, 연줄을 끊는 연싸움도 많이 했어요. 끊어진 연과 함께 액운을 날려버린다는 의미였어요.
연은 또 무전기가 없던 시절 군사 작전을 전달하는 통신 수단으로도 사용됐어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다양한 무늬가 들어간 전술비연(신호연)으로 작전 지시를 내렸어요. 예컨대 산(山) 문양이 있는 '삼봉산연'을 띄우면 "삼봉산 앞으로 집결하라"는 뜻이었대요.
서양에서 연과 관련된 유명한 인물은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있어요. 프랭클린은 번개가 전기가 흐르는 현상이라는 걸 증명하는 데 연을 사용했어요. 비 오는 날 연의 맨 윗부분에 철사를 달고 연줄 중간에 열쇠를 달아 하늘로 날려 보냈죠. 전기가 통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실험이었어요. 실험 결과 열쇠에 불꽃이 튀는 현상을 발견했고 직접 만져보니 짜릿한 통증도 느껴졌죠. 위대한 발명에 연이 이용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