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1930년대 미국 덮친 대공황… 일자리 잃은 농민들의 참혹한 현실
입력 : 2021.09.14 03:30
분노의 포도
- ▲ ‘분노의 포도’표지./The Morgan Library&Museum 페이스북
2년간 지속된 코로나 사태로 많은 사람이 큰 고통을 받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지요. 일부에선 지금 상황을 1929년 미국의 대공황에 빗대 '코로나 대공황'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1939년 출간된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1902~1968)의 '분노의 포도'는 대공황 때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에요. 그는 분노의 포도를 비롯해 '생쥐와 인간' '의심스러운 싸움' 등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발표해 "인간과 사회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문학가"라는 평을 들어요. '분노의 포도'로 스타인벡은 196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20년대부터 미국 경제는 살아났어요. 신흥 공업과 새로운 생산 기술이 발달해 경제가 빠르게 발전했죠. 하지만 경제성장의 이윤이 일부에 집중되면서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이 지나치게 커졌어요. 또 자금이 과도하게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거품 현상이 나타났어요. 결국 1929년 주식시장이 붕괴되면서 경기 침체가 발생합니다. 미국 노동자의 4분의 1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정도였어요.
'분노의 포도'는 이런 대공황 시기에 살인죄로 4년간 복역한 후 가석방되어 어머니와 가족들이 있는 오클라호마의 집으로 돌아가는 톰 조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그는 어려서부터 알던 케이시 목사를 만나 동행했는데, 오랜만에 찾은 집은 폐허 같았죠. 가족들은 가뭄으로 몇 해째 농사를 망친 데다 은행의 빚 독촉에 시달렸어요. 농장주들은 트랙터로 농사를 뚝딱 해치워서 농민들은 일할 데가 없었죠. 조드 가족을 포함한 농민들은 고향을 등지고 일자리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떠났어요.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캘리포니아도 천국은 아니었어요. 일하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고 농장들은 담합해 임금을 턱없이 낮췄어요. 노인들과 아이들이 굶고 병들어 죽어가도 농장주들은 신경 쓰지 않았죠.
노동자들은 뜻을 모아 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벌였어요. 이때 케이시 목사가 파업을 진압하던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어요. 조드는 홧김에 그 경찰을 살해하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도망 중에도 아사 직전의 노동자를 돕는 조드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작품은 끝을 맺어요. 절망의 상황에서도 서로 돕고 의지하는 것이 새로운 희망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