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셰익스피어 희곡에도 등장… 경기에서 지자 전쟁 선포한 나라도 있었어요

입력 : 2021.09.07 03:30

축구

에피스키로스. /위키피디아
에피스키로스. /위키피디아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에 쏠리고 있어요.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211국)이 UN(국제연합) 회원국(193국)보다 많을 정도로, 축구는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는 스포츠이지요. 축구는 언제 시작된 걸까요?

발로 공을 차는 놀이는 고대부터 존재했어요. 고대 그리스에는 '에피스키로스<사진1>', 로마엔 '하르파스툼'이라는 공차기 놀이가 있었어요. 16세기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리어왕'에는 리어왕의 충신 켄트 백작이 무례한 하인 오스왈드에게 "이런 천한 축구 선수 같은 놈!"이라고 외치는 대사가 나와요. 축구가 비하의 의미로 쓰인 거죠. 실제로 당시 축구는 규칙 없이 공 하나를 두고 벌이는 패싸움에 가까워서 하층민들이 주로 하는 놀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앙리 2세나 영국의 헨리 8세, 교황 레오 10세 등은 궁으로 축구팀을 초청해 경기를 관람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대요.

동아시아엔 '찰 축(蹴)'과 '가죽공 국(鞠)'을 합한 '축국<사진2>'이란 공차기 놀이가 있었어요. 축국은 중국 한나라에서 시작해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각국으로 퍼져 나갔어요. 훗날 태종 무열왕이 된 김춘추와 김유신이 축국을 하다가 김춘추 옷이 찢어졌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어요.

현대 축구의 기원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튼칼리지·해로스쿨 등 영국 명문 사립학교들은 서로 축구 경기를 했는데, 학교마다 규칙이 달라 경기가 제대로 안 되자 통일된 규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이에 1863년 사립학교 등 11개 팀이 참여해 '축구협회'가 출범했죠. 이때부터 상대 선수를 공격하거나 공을 손으로 잡으면 안 된다는 기본 규칙이 생겨났어요. 이때 '공을 들고 뛸 수 있다'와 '뛰는 상대를 막을 수 있다'는 규칙이 제외되면서, 이에 반발한 팀들이 따로 시작한 게 '럭비(rugby)'예요. 이후 영국인들이 세계 각국에 나가 축구를 전파했어요. 1904년엔 국제축구연맹이 출범했고, 1930년 최초 월드컵 대회가 열렸어요.

축구를 계기로 벌어진 전쟁도 있어요. 1969년 월드컵 예선에서 원래 갈등을 겪던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맞붙었는데, 경기에 진 온두라스가 엘살바도르에 외교 단절을 선언했어요. 이에 엘살바도르가 온두라스에 군사 공격을 하면서 4일간 수천 명이 죽었대요.

한국에는 1882년 인천항에 정박한 영국 군함 '플라잉호스호' 선원들이 인천 사람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며 처음 전파됐다고 해요. 광복 이후 1948년 대한축구협회가 출범했는데, 50여 년 뒤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4강에 올랐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동메달까지 따냈죠.
축국. /위키피디아
축국. /위키피디아
김현철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