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208] '삭이다'와 '삭히다'
입력 : 2021.09.01 03:30
※민속주는 곡식을 (삭여서, 삭혀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괄호 안에 들어갈 맞는 말을 골라 보세요. 정답은 '삭이려고'와 '삭혀서'입니다. '삭이다'와 '삭히다'는 사람들이 자주 헷갈리는 낱말이에요. 둘 다 '삭다'의 사동사(使動詞)인데, 뜻에 따라 다른 접미사(이,히)가 붙은 거예요. 둘은 뜻이 어떻게 다를까요?
'삭이다'는 우선 '먹은 음식물을 소화시키다'라는 뜻이 있어요. '돌도 삭일 나이에 그렇게 소화를 못 시켜서 어떻게 하느냐'와 같이 써요. 둘째는 '긴장이나 화를 풀어 마음을 가라앉히다'라는 뜻이 있어요. '남몰래 분한 마음을 삭였다'와 같이 쓰지요. 셋째 뜻은 '기침이나 가래 따위를 잠잠하게 하거나 가라앉히다'라는 거예요. '생강차는 기침을 삭이는 데 좋다'처럼 쓸 수 있어요. 이 밖에 '돈이나 물건, 시간, 힘 따위를 소비한다'는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괜히 엉뚱한 것에 힘을 삭이지 말고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와 같이 쓰여요.
'삭히다'는 '김치나 젓갈 따위 음식물을 발효시켜 맛이 들게 하다'라는 뜻이에요. '김치를 삭히다', '밥을 삭혀 끓인 감주' 등으로 씁니다. '젓갈 따위가 오래되어서 푹 삭다'라는 뜻이 있는 '곰삭다'의 사동사도 '곰삭히다'예요.
<예문>
화를 삭이려고 술을 마셔 건강이 나빠진 사람들이 많다.
"억지로 화를 삭이려 애쓰지 말아라."
아저씨는 그 많던 재산을 다 삭이고 이젠 빈털터리가 됐다.
강원도 여행을 가서 가자미를 삭혀서 만든 가자미식해를 샀다.
삭힌 홍어는 목포 등 전라도 지역에서 특히 즐겨 먹는 음식이다.
여러 날 곰삭힌 새우젓에 삼겹살을 찍어 먹어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