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학대받는 뒷골목 고아 소년 이야기… 열악한 노동 환경·사회 모순 비판했죠

입력 : 2021.08.31 03:30

올리버 트위스트

[고전이야기] 학대받는 뒷골목 고아 소년 이야기… 열악한 노동 환경·사회 모순 비판했죠
아기 올리버 트위스트에게 옷이 부여하는 힘은 엄청났다. 차라리 달랑 담요 강보에 싸인 채로 있었다면 귀족의 아기인지 거지의 아기인지 아무도 몰랐지 않겠는가! 아무리 콧대 높은 귀족이라 할지라도 담요 한 장에 감싸인 아기라면 어떤 사회 계급의 아기인지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 터였다.

19세기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1812~1870)는 '크리스마스 캐럴' '위대한 유산' 등 수많은 고전을 남겼어요. 1837년 출간된 그의 두 번째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도 그중 하나입니다.

'올리버 트위스트' 출간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자본의 힘이 커져 계층 간 불평등이 심해지던 시기였어요. 디킨스는 고아 소년 올리버 트위스트가 런던의 뒷골목에서 겪는 일을 실감 나게 그리며 사회적 모순을 비판합니다. 대중성도 갖춘 덕분에 출간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영화·연극·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지며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답니다.

소설 속에서 길거리를 헤매던 한 여인이 구빈원에서 아이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나요. 이렇게 태어난 올리버 트위스트는 거기에서 온갖 학대를 받고 자라죠. 영국은 1601년부터 가난한 사람을 돕는 구빈법을 시행했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며 개인 재산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되자 1834년 빈민에 대한 국가 책임을 대폭 줄인 신빈민법이 시행됐어요. 작가는 어린 시절 학대받는 올리버 트위스트와 구빈원의 부정부패 이야기를 통해 영국의 구빈 제도를 비판합니다.

구빈원에서 장의사에게 팔려간 올리버 트위스트는 거기서도 차별과 학대를 당하자 도망쳐요. 그러다 결국 런던 뒷골목 범죄 집단에 들어가 또래들과 함께 소매치기에 나섭니다. 경찰에 잡힌 그를 구원한 것은 브라운로우라는 노신사예요. 그는 올리버를 아들처럼 대하죠. 나중에 올리버가 자기 친구의 아들이란 사실도 알게 됐어요. 올리버는 결국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고, 브라운로우의 양자가 되어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납니다.

'올리버 트위스트'를 흔한 권선징악 이야기 중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당시 사회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문제점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교훈성을 뛰어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또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착한 성품을 잃지 않으려는 올리버 트위스트의 도전 정신과 노력이 사람들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기자이기도 했던 찰스 디킨스는 이처럼 빈곤, 열악한 노동 환경, 부조리한 계급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그의 묘비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그는 가난하고 고통받고 박해받는 자들의 동정자였으며 그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은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를 잃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