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빠르게, 빡빡, 20초 이상' 비벼야 세균 없어져요

입력 : 2021.08.31 03:30

손 씻기

[재미있는 과학] '빠르게, 빡빡, 20초 이상' 비벼야 세균 없어져요
손은 그대로 드러나 있는 데다 하는 일도 많아요. 도구를 사용하고 물건을 집고 용변을 뒤처리하는 등 쉴 새 없이 움직이죠. 그러니 세균과 바이러스가 달라붙기 쉬운데, 그 손으로 눈과 코, 입을 만지면 감염 확률이 높아집니다. 코로나뿐 아니라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마다 손 씻기를 강조하는 데는 이런 까닭이 있죠. 유엔도 매년 10월 15일을 '세계 손 씻기의 날'로 지정해 손 씻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손은 20~30초 이상 씻으라고 하는데 진짜 그렇게 오래 씻어야 할까요? 버스나 마트 등 곳곳에 비치한 '손 소독제'는 비누보다 효과가 더 좋을까요? 손은 언제 씻어야 할까요? 너무 익숙해서 잘 아는 것 같지만 막상 모르는 게 많은 손 씻기, 그 속에 숨은 과학 원리를 알아봐요.

3시간 안 씻으면 세균 26만 마리 득실

평소 사람 손에는 세균이 수천~수만 마리 있어요. 손이 깨끗해도 일단 세균 한 마리가 달라붙으면 그 뒤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1시간에 64마리가 되고 2시간 후엔 4096마리, 3시간이 지나면 26만마리로 급증한다고 해요. 손에는 세균이 여러 종류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황색포도상구균, 폐렴균, 요도감염균 등이 식중독이나 폐렴, 방광염 등 크고 작은 질환을 일으키는 나쁜 세균이에요.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에 따르면, 가정집 화장실 변기엔 면적 2.5㎠당 세균이 50~300마리 있는데, 스마트폰에선 이보다 10배 넘는 세균이 검출됐어요. 스마트폰 하나에도 이렇게 세균이 득실대는데 손에는 세균이 많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손을 잘 씻지 않아요.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이 2015년에 조사했더니,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손을 씻은 사람은 73%였고, 이 중 비누로 씻은 사람은 26%에 그쳤어요. 비누와 물로 손을 잘 씻는 것만으로도 수인성 감염병(물이나 음식 속 세균에 감염되는 병)의 약 50~70%를 예방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거죠. 각종 질병을 예방하려면 일정한 시간마다 손을 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별도로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나 음식 먹기 전후, 쓰레기를 버린 후, 애완동물을 만지고 난 다음 등에는 특히 깨끗하게 씻어야 합니다.

비누〉손 소독제〉물 순서로 효과 뛰어나

그렇다면 손은 어떻게 씻어야 할까요? 사람들은 보통 손의 세균을 없애는 데 비누보다 알코올이 든 손 소독제가 훨씬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해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누와 손 소독제 중 어떤 게 더 효과적인지 알아보려고 손에 대장균을 묻히고 비누, 물, 손 소독제 세 가지로 씻는 실험을 했어요. 그 결과, 비누로 손을 씻었을 때 세균이 99%나 사라졌고, 그 다음은 손 소독제(98%), 물 세척(93%) 순서였죠. 가능하면 비누와 물로 손을 씻는 게 가장 좋습니다.

비누의 세균 제거 효과가 뛰어난 것은 비누가 '친유성(親油性)'과 '친수성(親水性)'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친유성은 기름과 잘 섞이는 성질이고, 친수성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을 말하죠. 비누처럼 이 두 성질을 다 갖고 있는 물질을 '계면 활성제'라고 해요.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로 들어 볼게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엔벨로프'라는 지방질 막에 달라붙어 있는 구조예요. 그런데 비누는 친유성이 있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방질에 잘 달라붙어 막을 녹이는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사실이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어요. 비누가 바이러스를 죽이면 물 분자를 좋아하는 비누의 '친수성' 때문에 비누 거품 속에 든 죽은 바이러스가 물에 잘 씻겨 내려가는 것이죠.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지방질 막으로 둘러싸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비누와 물은 같은 원리로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고 합니다.

빠르고 강하게 20초 이상 씻어야

정부나 지자체 공익 광고를 보면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으라"고 해요.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는 20초 이상 씻기를 권하죠. 왜 20초 이상일까요?

최근 영국의 응용수학자 폴 해먼드 교수가 손 씻는 데 최소 20초가 필요한 이유를 물리학적으로 처음 밝혀냈어요. 그는 손을 씻는 동안 물리학적으로 손에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모델을 만들어, 손에서 바이러스 입자가 떨어져 나가는 과정을 컴퓨터 실험으로 분석했어요. 그 결과,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최소 20초 씻기' 그리고 '빠른 속도로 격렬하게 양손을 문지르기'입니다. 바이러스는 물 입자의 운동에너지가 클수록 잘 떨어져 나갔는데, 양손을 부드럽고 느리게 움직이는 정도로는 물 입자의 운동에너지가 충분히 크지 않다는 것이죠. 20초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고요? '생일 축하 노래'를 두 번 반복해 흥얼거려 보세요. 그럼 20초 정도가 된답니다.


[손 씻기의 창시자 '제멜바이스']

손 씻기에 처음 주목한 사람은 헝가리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1818~1865)였어요. 그는 빈 종합병원 산부인과에서 일했는데, 당시 의료 현장에선 손 씻기, 기구 소독 등 위생 관념이 없었어요. 그 때문에 수많은 산모가 세균 감염에 따른 산욕열로 사망했죠. 세균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이라 환자들이 죽는 건 공기 중에 독성 물질이 퍼져나갔기 때문이라고 여겨 병원 창문을 여는 게 고작이었어요. 그런데 제멜바이스는 산모의 죽음이 열악한 위생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의사들에게 손을 씻게 했어요. 그랬더니 환자 사망률이 18%에서 1%대로 급격히 떨어졌어요. 하지만 그의 주장을 당시 동료 의사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가 숨진 뒤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가 세균 이론을 정립하면서 인정받았죠. 지금 제멜바이스는 '어머니들의 구원자' '손 씻기의 창시자'라고 해요.

김형자·과학칼럼니스트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