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쏟아지는 '별똥별'… 혜성 부스러기들이 타면서 빛을 내요

입력 : 2021.08.24 03:30

유성우

 /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지난 12~13일 유성이 한 시간 동안 수십 개씩 떨어지는 유성우를 지구 곳곳에서 볼 수 있었어요. '별똥별'이라고도 불리는 유성(流星·meteor)은 밝은 별빛이 하늘을 가르며 땅을 향해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에요. 이런 유성이 비처럼 떨어지는 유성우(流星雨·meteoric shower)는 그 화려한 모습 때문에 '우주 쇼'라고도 불리지요. 유성우는 왜 생기는 걸까요?

혜성은 꼬리가 두 개예요

유성을 알려면 혜성에 대해 알아야 해요. 유성 대부분이 혜성의 부스러기에서 생기기 때문이죠. 혜성은 태양이나 질량이 큰 행성 주위를 타원이나 포물선 궤도로 돌고 있는 태양계의 작은 천체 중 하나예요. 핵과 코마, 두 가닥의 꼬리로 구성돼요.

핵은 얼음·규산염·유기질 등으로 이뤄진 덩어리인데, 태양 빛을 받으면 표면에서 증발이 일어나 가스 대기층이 만들어져요. 이것이 핵을 둘러싸고 있는 코마(Coma)예요. 혜성이 태양 가까이 가면 태양열과 태양풍(태양 대기층 이온 입자들이 플라스마 형태로 고속으로 방출되는 것)에 의해 코마가 핵 뒤쪽으로 밀려나면서 마치 꼬리처럼 길게 드리워져요. 코마에는 가스 입자와 먼지 입자가 섞여 있는데, 태양풍에 밀려나는 속도가 달라 꼬리가 두 개로 나뉘게 됩니다. 이온 가스로 이뤄진 이온꼬리는 푸른색이고, 규산염 먼지 성분인 먼지꼬리는 하얗고 밝게 빛나요.

과학자들은 해왕성 궤도 바깥쪽에 수많은 소행성들이 도넛 모양으로 밀집한 카이퍼 벨트(Kuiper Belt)가 있고, 그 바깥쪽엔 수없이 많은 천체가 모여 있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이 있는데 혜성이 이 두 영역에서 만들어진다고 추정해요.

유성은 혜성 부스러기가 지구 대기권서 탄 것

혜성은 원래 차갑게 얼어 있지만 태양 가까이 가면 녹으면서 부스러기가 생기는데 이걸 우주 공간에 남겨두고 가요. 이렇게 혜성 등이 만든 부스러기를 유성체라고 하죠. 이 중 일부는 지구가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궤도에 남겨져 있기도 하는데, 지구가 공전하다가 그곳을 지나면 우주 공간에 있던 유성체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비처럼 떨어지고 이것이 마찰을 일으켜 타면서 빛을 내요. 이게 바로 '유성'이에요.

지구 궤도에 혜성 잔해가 많이 남아 있으면 시간당 관측되는 유성 수도 많아져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변용익 교수에 따르면 이달 중순 관측된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14일 밤~15일 새벽 사이 최대 200~260개나 관측됐어요. 1분에 3개 이상 별똥별이 나타난 셈이죠.

유성체 크기는 매우 다양해요. 작은 유성체는 지구 대기권에 떨어지면 대부분 타버리지만, 큰 유성체들은 종종 대기권에서 다 타지 않고 땅에 떨어지기도 해요. 이게 바로 '운석'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3월 9일 전국 곳곳에서 유성이 관측됐는데, 이후 이 유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이 진주에서 발견되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지구에 떨어진 운석은 6만개(과기부 2020 우주개발백서)가 넘어요. 운석은 국제적으로 1g당 5~10달러에 팔려서 '하늘의 로또'로 불리기도 합니다.

유성우 이름 별자리가 붙는 이유는?

유성우는 1년에 몇 차례씩 볼 수 있어요. 지구가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바퀴씩 공전하기 때문에, 같은 궤도에 있었던 혜성의 잔해는 1년 후 또 만날 가능성이 높죠.

유성우에는 별자리 이름을 붙여요. 유성우는 많은 유성들이 한 지점에서 방사되어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한 지점을 '복사점'이라고 해요. 유성우 이름은 이 복사점 근처에 있는 별자리 이름을 따서 짓는답니다.

이달 중순에 관측된 유성우의 복사점은 페르세우스자리 근처였고, 10월엔 오리온자리, 11월엔 황소자리와 사자자리, 12월엔 쌍둥이자리, 1월엔 사분의자리, 4월엔 거문고자리, 5·7월엔 물병자리 근처에서 유성우가 나타나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8월)는 1월 사분의자리 유성우, 12월 쌍둥이자리 유성우와 함께 '3대 유성우'로 알려져 있어요. 만약 이번에 보지 못했다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월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관측해 보세요.

새벽 1시, 하늘 중앙을 보세요

유성우를 잘 보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을 알고 있어야 해요. 먼저, 하늘이 맑고 밤하늘이 깜깜할수록 잘 관측할 수 있어요. 최근엔 밤에도 건물이나 가로등 등 불빛으로 환해서 유성을 관측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유성이 내는 빛보다 주변이 더 밝으니 잘 안 보이는 거죠. 또 높은 건물이 없고 사방이 트여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아요. 유성우는 새벽 1~2시부터 일출 시각 전까지 가장 잘 보여요. 일반적으로 우리 머리 꼭대기 부분, 하늘 중앙을 넓게 바라보는 게 좋아요. 고개를 들고 오래 있으면 목이 아프니까 돗자리를 펴고 눕거나 뒤로 많이 젖혀지는 의자를 활용해 보세요.

유성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하죠. 하지만 유성은 수십분의 1초~수 초 동안만 빛을 내고 사라지기 때문에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빌긴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쏟아지는 유성을 보는 것 자체가 신비하고 즐거운 경험이겠죠?


[빛 공해]

인공 조명 때문에 야간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걸 '빛 공해'라고 해요. 빛 공해 때문에 유성뿐 아니라 별을 보기도 힘들어졌어요. 빛 공해는 동식물 등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인간에게도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2016년 미국·이탈리아 연구진이 과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국토 면적 대비 빛 공해 면적 비율이 높은 나라는 이탈리아(90.3%), 한국(89.4%) 순이었어요. 우리나라 빛 공해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하다는 뜻이에요.
안주현 박사 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기획·구성=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