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몸뚱어리로 스르륵… 뱀 닮아 미움받지만 해충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

입력 : 2021.08.18 03:30

무족(無足)도마뱀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
얼마 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에서 유럽이 원산지인 한 도마뱀이 25년 만에 알을 낳았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사진도 공개했어요. 그런데 사진 속 파충류는 네 발이 없고 기다란 몸뚱이만 있는 게 도마뱀보다는 뱀을 닮은 모습이었어요. 도마뱀 중에는 네 발이 완전히 퇴화해 뱀처럼 몸뚱어리로 움직이는 종류가 있어요. 이런 도마뱀을 무족(無足) 도마뱀<사진>이라고 해요.

무족 도마뱀은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 주로 살고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어요. 몸길이가 1m나 되는 종류도 있어요. 무족 도마뱀은 자세히 보면 뱀과 뚜렷이 구별되는 점이 있어요. 우선 뱀에게 없는 눈꺼풀과 귓구멍이 있어요. 꼬리도 훨씬 길어서 무려 몸길이의 3분의 2가 꼬리인 종류도 있답니다. 도마뱀은 위험에 닥치면 꼬리를 끊어내고 도망갈 수 있고, 나중에 꼬리가 다시 자라난다고 알려져 있지요? 무족 도마뱀도 마찬가지로 꼬리가 한번 잘려도 다시 자라나요. 뱀은 먹이를 먹을 때 턱을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자기 입보다 훨씬 큰 먹이를 삼킬 수 있지만, 무족 도마뱀은 그러지 못해서 작은 벌레 등을 주로 먹어요. 뱀의 혀는 기다랗고 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무족 도마뱀 혀는 뭉툭하고 둥글죠. 일부 뱀이 갖고 있는 독니도 무족 도마뱀에겐 없고요.

무족 도마뱀도 오래전에는 다른 도마뱀들처럼 네 발이 있었대요. 하지만 굳이 발로 기어 다닐 일이 거의 없어서 점점 퇴화해버린 거예요. 이 도마뱀들은 돌 밑이나 낙엽 아래, 흙구덩이 등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데, 이런 곳에선 굳이 네 발로 기어가는 것보다 뱀처럼 몸뚱이를 스르르 움직여 이동하는 게 더 효율적이거든요. 이렇게 사는 환경에 맞춰 쓸모없는 것이 퇴화하는 것도 진화의 한 부분이랍니다.

무족 도마뱀은 하등동물이 고등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종으로도 알려졌어요. 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와 개구리 같은 양서류가 됐고, 다시 파충류로 진화한 뒤 다시 포유동물로 진화했다는 게 유력한 학설이죠. 파충류 내에서는 도마뱀이 뱀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어요. 따라서 무족 도마뱀은 도마뱀이 뱀으로 진화하는 중간 과정을 보여주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족 도마뱀은 해충을 많이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이래요. 그런데 생긴 게 뱀이랑 너무 닮다 보니 독사로 오인받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등 수난을 겪어서 보호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