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사슴 뿔, 나귀 꼬리, 말 얼굴 지닌 멸종 위기 동물
입력 : 2021.08.11 03:30
사불상(四不像)
- ▲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왜 이름이 사불상일까요? 이 동물의 뿔은 사슴을 닮았고, 발굽이 있는 것은 소와 같으며, 꼬리는 나귀의 꼬리와 같고, 얼굴은 말과 흡사하답니다. 그런데 이를 모두 합쳐놓고 보니 사슴·소·나귀·말 어느 것과도 닮지 않았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사불상의 또 다른 이름은 '다비드사슴'이에요. 19세기에 이 사슴을 유럽에 처음 소개한 프랑스의 아르망 다비드 신부의 이름을 딴 거죠. 1860년대 다비드 신부는 선교를 위해 청나라에 머물고 있었어요. 그는 어느 날 베이징 근교에 있는 황제의 사냥터를 방문했는데 그때 여기서 사는 사불상의 무리를 봤대요. 당시 사불상들은 사람의 포획 등으로 이미 야생에서는 자취를 감춰 이곳에서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었대요.
다비드 신부는 사불상 무리 중 몇 마리를 유럽으로 보냈어요. 몇 년 뒤 큰 홍수가 나 황제의 사냥터는 황폐해졌어요. 또 나라에 정변까지 일어나 혼란스러워지면서 이곳에 살던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등 수난을 겪다가 사라졌대요. 유럽으로 건너가서 번식한 사불상들도 세계 대전으로 유럽 전역이 전쟁터가 되면서 숫자가 크게 줄었어요.
그때 영국의 한 귀족이 유럽의 동물원에 있거나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사불상들을 자신의 땅으로 데려와서 보호하고 번식을 시켰대요. 이렇게 멸종 위기를 간신히 벗어난 사불상들은 이후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의 동물원으로 보내져서 사육됐어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도 현재 암컷 사불상 한 마리<사진>가 있지요. 이런 노력에 힘입어 1980년대 중반에 외국 동물원에서 번식한 사불상들이 중국에 들어왔어요. 100년이 훨씬 지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간 거죠. 그리고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양쯔강 유역 부근의 자연보호구역에 열여섯 마리를 처음으로 야생 방사했어요. 사불상은 동물원이 동물을 사육하고 전시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나라 간 협력을 통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대표적 사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