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더 빨리 번지는 호주 산불… 기름 성분 있는 '유칼립투스 숲' 때문이죠

입력 : 2021.08.09 03:30

산불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번지고 있는 산불. /AP 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번지고 있는 산불. /AP 연합뉴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불탄 면적이 서울 면적의 약 3배인 1700㎢로 기록됐어요. 그리스·터키 등 남유럽에서도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데요. 전 세계 사람들의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일부 네티즌이 터키에 산불이 더 번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묘목을 기부하기도 했어요.

산불은 나뭇잎이나 떨어진 가지, 풀·나무 등이 타 숲 전체로 번지는 화재의 한 종류입니다. 담뱃재 등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기도 하고, 번개가 치거나 마른 가지가 서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불씨가 생겨 발생하기도 합니다. 산불은 타는 부분에 따라 처음에 지표면에서 낙엽 따위를 태우며 발생하는 '지표화(地表火)', 지표화가 번지면서 나무줄기 안쪽을 태우며 발생하는 '수간화(樹幹火)', 나무 꼭대기의 가지와 잎을 태우는 강렬한 '수관화(樹冠火)'가 있는데요. 흔히 지표화나 수간화로 시작된 산불이 강해지면서 수관화로 번집니다.

산불이 위험한 이유는 진화가 까다롭기 때문이에요.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넓게 퍼져 나갑니다. 또 산이다 보니 가파르고 크고 작은 나무, 풀로 뒤덮인 지형 탓에 소방관이 직접 소화기를 분사하기 어려워요. '보이지 않는 불'의 위험성도 이어집니다. 열기가 만든 상승기류를 타고 불씨가 수십m 밖까지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가 있고요. 낙엽이 덮인 아래에서 열기로 지속해서 타들어 가는 '지중화(地中火)'가 아주 멀리까지 퍼져 나가다 재발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많은 소나무는 손상되면 액체가 분비되는데요. 이를 송진이라고 합니다. 기름 성분인 송진 때문에 소나무는 불이 더 잘 붙어요. 또 불이 붙었을 때 방출되는 열이 다른 나무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호주에서 코알라가 먹는 나뭇잎으로 유명한 유칼립투스 나무도 기름 성분이 있어 불이 더 빠르게 번져나간다고 합니다.

국토에 넓은 산지가 있는 나라들은 산불을 예방하거나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건조한 시기에 산불 예방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입니다. 산불이 번질 때 더 탈 것이 없도록 '방화선'을 구축하기도 합니다. 1m 폭으로 흙바닥이 보일 정도로 파내 낙엽·풀 등 불에 탈 수 있는 것들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최근 산불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40도가 넘는 고온이 이어지면서 불이 쉽게 붙게 된다는 설명이지요. 과학자들은 작은 마찰이나 번개에도 쉽게 불이 붙으면서 산불이 동시다발했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산불이 번지면 연기와 그을음 때문에 미세 먼지 농도가 상승하는데요. 이 미세 먼지가 기후에 또 다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면서 앞으로 산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답니다.

최새미·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