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딸 잃은 슬픔 속 만든 '1000인 교향곡',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중 최고작이죠
위기의 음악가들
장옥님 지음 l 출판사 형설미래교육원 l 가격 1만7000원
어렵고 힘든 일은 누구나 피하려 해요. 매일 즐겁고 행복하길 기대하죠. 하지만 누구나 위기를 만나게 됩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통해 더 성장했다는 점이에요.
이 책은 바흐와 헨델, 쇼스타코비치 등 클래식 작곡가 14명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줘요. 특히 극심한 고난 속에서 창작한 작품이 오히려 그들의 대표작이자 불멸의 곡이 된 사연도 소개합니다.
바로크 음악의 거장 헨델은 1685년 독일 할레에서 태어났어요. 음악 재능이 출중했던 헨델은 영국 왕실 악장과 '왕립 음악 아카데미' 음악 감독도 맡습니다. 그는 70편이 넘는 오페라와 오라토리오(17~18세기에 성행한 대규모 종교적 극음악)를 작곡했고 유럽 최고 수준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어요. 하지만 차츰 오페라의 인기가 수그러들어 야심 차게 준비한 오페라가 연거푸 실패하자 헨델은 오페라 극장 문을 닫아야 했어요. 이때 충격과 과로로 52세 헨델은 뇌일혈로 쓰러져요. 오른 손가락에 마비가 왔고 한동안 정신까지 오락가락했죠. 하지만 병상에 누운 지 1년 만에 그는 다시 오페라를 작곡했고, 결국 오라토리오 '메시아'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해요. '메시아'는 지금도 헨델의 최고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어요.
1803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난 베를리오즈는 '환상교향곡'으로 유명한 작곡가예요. 의사인 아버지의 권유로 의과대학을 다녔지만, 의사가 되길 포기하고 1826년 파리음악원에 입학해요. 부모한테서 지원이 끊기자 극장 합창단 단원, 신문 기고 등을 하며 돈을 벌었어요. 그는 1927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열린 '햄릿' 공연을 봤는데, 오필리아를 맡은 배우를 짝사랑하게 돼요.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하자 큰 상처를 받았죠. 실연의 슬픔을 안은 채 베를리오즈는 사랑과 절망을 담은 5악장의 아름답고 신비한 환상교향곡을 완성해요. 이 곡은 그의 대표곡이며 오늘날까지 낭만주의 이상을 구현한 최고 교향곡으로 평가받아요.
오스트리아의 명지휘자이자 작곡가인 구스타프 말러는 1907년 네 살짜리 딸을 성홍열로 잃자 충격으로 심장 발작을 일으키고 쓰러졌어요. 이때의 깊은 슬픔과 절망을 안고 탄생시킨 곡이 교향곡 8번이에요. 뮌헨 초연에서 직접 지휘를 맡은 이 곡은 말러의 교향곡 중 최고 작품으로 꼽힙니다. 교향곡 8번은 연주 인원이 무려 1000명에 가깝다고 해서 '1000인 교향곡'이라고도 해요.
위대한 예술가들은 그들에게 찾아온 가혹한 운명에 등을 돌리지 않았어요.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선 용기와 의지가 위기의 음악가를 위대한 음악가로 만들었습니다.